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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00세 운전 시대⓶] 해법은 “어르신, 이제 운전 그만 하세요”뿐?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12-24 18: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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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허증 자진반납 제도 실효성 의문…반납 비율 2% 안팎

우리나라는 이제 초고령 사회로 향하면서 100세 운전 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내는 교통사고도 함께 증가해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위험과 안전 대책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⓵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매년 3만건 넘어

⓶해법은 “어르신, 이제 운전 그만 하세요”뿐?

⓷고령자 맞춤형 교통환경·이동권 보장 필요


지난 10월 18일 낮 경북 영덕군 병곡면 한 휴게소에서 80대 남성 A씨가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휴게소 계단을 내려오던 행인들을 들이받았다. 운전자는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밟아 사고를 유발했고 피해자 3명은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 영덕소방서)

고령 운전자의 사고 위험은 큰데, 현재 정부의 해법은 “어르신, 이제 운전 그만 하세요”라는 설득뿐이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70세 이상(일부 지역은 65세) 운전자들이 면허를 반납하면 10~30만원 교통카드 및 상품권 등을 준다.

 

이 제도는 안전을 위해 면허를 반납하도록 하는 대신 대중교통 사용을 독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들의 면허 반납은 운전자 수 증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은 올들어 10월까지 7만3976건였다. 면허반납은 2019년 7만3221건, 2020년 7만6002건, 2021년 8만3997건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고령운전자의 2% 안팎에 그친다. 지난 몇 년 동안 고령자의 면허 반납이 이뤄졌지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의 수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상당수 노인들은 정부가 독려하고 있는 고령운전자의 면허 반납에 대해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고령층에서도 젊은층 못지 않게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이가 많다고 눈치를 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비 10~30만원과 어렵게 딴 운전면허를 바꾸기는 사실 힘들다. 20~30년 전 면허시험장의 긴 대기 줄에서 재수, 삼수는 기본이고 몇 번씩 시험을 치른 끝에 합격한 장수생도 많았다. 고생은 물론이고 그 비용만 해도 꽤 되었을 텐데 본전 생각나는데 고령 운전자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또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근본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차량을 대체할 대중교통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생업으로 운전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노인은 이동수단이 필요해 운전한다. 

 

자동차라도 있어야 마트나 은행, 병원 갈 때도 수월하게 다닐 수 있다. 그나마 대도시에는 안전성과 정시성이 보장된 지하철이 있지만, 지방의 대중교통체계는 미약하다. 지자체가 교통 소외지역 중심으로 ‘100원 택시’ 등을 도입하며 애써보지만, 노인 이동을 전부 감당할 수는 없다.

 

결국 운전을 포기하고 이동하려면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지방과 지방을 대중교통으로 다니려면 현재 우리나라 대중교통체계상 너무 힘들다. 웬만한 대도시끼리가 아니면 열차나 버스 노선이 없고, 있더라도 배차 간격이 길고, 터미널에서의 연결 교통편도 드물다. 택시를 탈 수밖에 없는데 요금이 많이 나온다. 

 

일부 고령자들은 현재 교통카드 지급과 같은 지원책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불필요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지하철은 65세 이상부터 무료라서 교통카드를 지원받아도 버스를 탈 때나 쓴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면허 반납에 대한 지자체의 보상 예산을 늘리고 지원방법도 교통카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고령 운전자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이 아직 충분히 운전할 수 있을 만큼 젊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고, 운전이 주는 편의성을 너무 잘 아는데 면허를 반납하기 쉬울까. 사회를 위한 양보가 내 손해로 돌아온다면 선뜻 움직이기 쉽지 않다. 그러니 권리를 포기하는 가치에 상응하는 확실하고 정당한 보상과 설득이 중요하다.

 

현재 일회성 교통비 지원을 명분으로 면허를 회수하겠다는 정책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10만 원짜리 교통카드 한장에 미련 없이 면허를 반납했다면 그건 대부분 교통사고 예방목적과는 무관한 비운전자의 장롱면허일 것으로 추정된다.

 

교통 마일리지 지급 등 대중교통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지속성이 있다든가, 아니면 교통위반 또는 사고 시 적절한 위로금을 제시하며 면허 반납을 설득한다면 실제 위험군을 선별하는 효과라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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