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건강한 나라의 국무회의.
이 나라의 국정목표는 교통사고 감소와 교통질서 확립이다. 그래서 국무회의의 주된 의제는 교통안전 대책이다.
얼마전 이 나라에서는 장관 한 분이 교통법규를 세 번 위반해 장관직을 사임했다. 어느 장관은 가족들의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잦다는 이유로 여론의 사임압력을 받고 있다.
각 매스컴과 국회에서는 대통령의 운전습관에 대해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다. 대통령이 스피드를 즐긴다는 것이다. 이는 곧 사고위험이 높은 것이기에 대통령의 자질론까지 이어져 국민들간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교통법규를 일년에 3번 이상 위반하면 교통불량자로 등재돼 사회활동에 큰 지장을 받는다. 지난해 이 나라의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 수, 부상자 수, 그리고 교통법규 위반 건수는 세계 최하위다.
그럼에도 정부는 더욱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 쏟고 있다. 정치.경제 문제는 뒷전인데도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며 가장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다.
▶병이 들대로 든 나라의 국무회의.
이 나라의 국정목표는 매우 거창하다. 통일이나 핵, 이데올로기, 동북아의 중심지 도약, 개혁 그리고 부정부패 척결, 사회갈등과 노사갈등.빈부격차 해소, 부동산 가격, 교육 평준화, 군대 문제 등등 뭐 이런 것들로 국민들은 머리 속이 복잡할 지경이다.
이 나라에서는 당연히 교통사고 감소나 교통질서 확립같은 시시한 일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아파트 값이 한달에 1억원씩 올랐고 어느 지역의 땅값이 올랐다고 온 국민이 흥분하기는 해도, 하루 평균 20명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무려 10조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는 관심 밖이다.
뜻있는 일부 사람들이 교통안전과 질서확립을 외쳐대도 다른 큰 일에 파묻혀 들리지 않는다.
교통사고 최다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이 나라는 그래도 교통사고가 갈수록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어린애처럼 좋아하고 있다.
▶우리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정상적인 나라인지 비정상적인 나라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그 나라의 거리교통질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거리에서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어울러 한 판을 짜는 교통은 곧 그 나라 국민의 의식수준과 정신상태를 말해준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국민들은 매사에 준법정신이 강해 법과 원칙을 중시하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결국 이것이 정상적이고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불법은 물론 탈법.편법 같은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부정부패도 없다.
반면 교통사고가 많은 나라일수록 법과 원칙과 질서를 어기는 사람들이 많고 불법.탈법.편법 등이 판치게 된다.
"나라가 잘되려면 개혁이나 부동산 투기 잡는다거나 무엇이니 등등 엉뚱한 소리 하지말고 우선 교통사고 없애고 교통질서를 먼저 잡으면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