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일반도로 시속 50km 제한에 운전자들 반발
  • 박래호 기자
  • 등록 2020-12-27 20:26:32

기사수정
  • “실제 운전 환경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비판 일어

서울 시내 제한속도 시속 50㎞. (교통일보 자료사진)
“좁은 도로면 몰라도 편도 4차선 이상의 넓은 도로에서 시속 50km 이하로 주행하라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됩니까?”

 

서울시 일반 도로의 제한속도가 일률적으로 시속 50km로 하향 조정되자 일부 운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운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0일부터 서울 전역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를 최고 시속 50km로 하향 조정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일반 도로의 제한속도는 내년 4월 17일 전에 시속 50㎞ 이하로 바뀐다. 지난해 4월 일반 도로는 시속 50㎞ 이내, 이면도로는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2년간의 유예 기간을 뒀는데 서울시는 이를 앞당겨 적용하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모든 일반 도로에 시속 50km 이하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운전자들은 “사대문안 등 어차피 차가 막히는 지역은 불편하진 않으나 보행자가 없는 고가도로나 편도 5·6차선의 넓은 도로까지 시속 50km로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택시 운전기사들의 불만은 더욱 높다. 택시기사 A씨는 “택시 승객들은 대부분 바쁜 사람들인데 속도를 못 내면 승객과 기사가 모두 답답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그렇지않아도 코로나19 때문에 죽을 지경인데 이번 조치는 택시영업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B씨는 “차가 없는 밤에도 제한속도가 시속 50km로 똑같은 건 말이 안된다”며 “도로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속도를 내다가 갑자기 속도를 시속 50km 이하로 줄이면 급격한 감속으로 인해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도로 성격을 구분하지 않은 일률적인 제한속도 하향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보행자가 많은 도로는 제한속도를 시속 50km 정도로 하되 간선도로까지 그렇게 제한하지 않는다”며 “서울 시내 간선도로의 기능은 도시 내 빠른 연결인데 이런 도로도 일률적으로 속도를 통제한다는 건 그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일반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하향 조정한 이유는 교통사고 시 치사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서울시 기준 안전운전 불이행, 신호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등 사고 원인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위반 유형의 치사율은 1% 내외이다. 하지만 속도위반으로 인한 사고의 치사율은 무려 22.55%에 달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보행자가 시속 60km로 주행 중인 자동차와 충돌했을 시, 보행자 사망률은 90%에 달한다. 하지만 50km 주행 시 사고 사망률은 50%로 감소한다. 30km까지 속도를 낮추면 사망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할 정도로 대폭 감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이 제한속도의 하향 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비율이 전체 사고 원인 중 매우 낮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3만 9258건이다. 이 중 속도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102건으로 전체의 0.25%에 불과하다. 

 

이처럼 과속이 실질적으로 서울시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일은 매우 드물어 제한속도의 하향 조정에 대한 효과도 불확실한데다 구체적인 대안 없이 단순히 일률적으로 제한속도만 낮추었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반발심을 사고 있다. 

 

자가용 운전자 C씨는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안전운전 불이행, 안전거리 미확보, 신호위반 등 운전자의 부주의와 교통법규 미준수때문”이라며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운전자의 불편은 감안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전국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만 줄이는 정부의 처사가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이면도로도 시속 30㎞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동부간선도로 등 자동차전용도로는 현행 제한속도인 시속 70~80㎞가 유지된다. 

 

구청에서 관리하는 자치구도는 시속 30km를 기본속도로 설정하되, 보행자 안전이 필요한 구간은 시속 20km를 유지해야 한다. 제한속도 변경에 따른 과속 단속은 유예기간 3개월을 두고 내년 3월21일부터 시행된다. 


TAG

프로필이미지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2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이슈] 인구 70만 바라보는 김포, 골드라인은 한숨 돌렸지만… 5호선 연장 숙제 남아 배차를 줄여 버텨온 김포골드라인은 그 방식마저 한계에 다가섰다. 대안인 5호선 연장은 낮은 경제성과 먼 개통 시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두 칸짜리 열차가 장기역 승강장에 들어선 건 28일 오전 7시20분이었다. 사우역을 지나자 객실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점 한 정거장 전인 고촌역에서는 문이 열려도 오르지 못한 승객이 있었다. 그...
  2. [현장]한강버스 요금 2배 된다…관광이냐 교통이냐, 주말 요금 두고 공방 서울시가 내년 4월부터 한강버스 주말·공휴일 요금을 3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린다. 평일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둔다.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고 차등요금제 세부안을 공개했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과 전문가, 운영사 관계자, ...
  3. 주말엔 더 내고 평일은 3천 원 그대로…한강버스 '차등요금' 꺼냈다 주말마다 한강버스에 여가 이용객이 몰려 대기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가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두고 주말·예약 요금을 따로 매기는 차등요금제를 추진한다.서울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차등요금제의 도입 목적과 필요성, 주말&mi...
  4. [이슈] 서울역~킨텍스 17분…GTX-A 달리는데, 다른 노선 2031년에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 2년 반 만에 누적 이용객 4047만 명을 넘어서며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B·C노선은 착공식 이후에도 실제 공사가 늦어지면서 2031년에야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지하 GTX-A 승강장에서 열차에 올랐다. 연신내역과 대곡역을 지난 열차는 경기 고양 킨텍스역에 멈춰 .
  5. 로보택시 회사들 데이터 공유한다…외산 라이다 대신 국산 부품 우선 검토 미래차 부품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도 양산 경험과 수요처가 없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가 완성차·부품·반도체·로보택시 기업을 짝지은 협력 협약 5건을 맺었다.산업통상부(산업부)는 30일 서울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미래차 생태계 구축 협력' 업무협약식과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M.AX 얼라이언스' ...
  6. [이슈]한강버스 적자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주말 요금은 서울시민도 2배 서울시 요금안대로라면 내년 4월부터 주말에 한강버스를 타는 서울시민은 6천 원을 낸다. 외국인 관광객, 다른 지역 주민과 같은 요금이다. 한강버스 운항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운다.서울시는 지난달 29일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안)을 위한 시민 공청회'에서 주말·공휴일 요금을 두 배로 올리는 차등요금제를 공개했다. 이 ...
  7. 美는 수입 금지하는데…韓, 中 로보택시 안보 규제 '미도입'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 차량 10대가 이미 서울 강남을 달리고 있지만, 국내 운행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산 로보택시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받은 '중국산 로보택시 국내 도입 및 규제 현황' 자료를 28일 ...
  8. 서울시 "2030년까지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 도입 추진" 기존 버스에 센서를 덧붙이는 소규모 실증으로는 대량 도입에 한계가 있자, 서울시가 현대차·버스업계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용 시내버스 500대 도입을 추진한다.서울시는 1일 시청에서 현대자동차,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조합)과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
  9. 현대캐피탈 대출금 상환 유예…렌터카 업계 경영난 완화 기대 부산지역 중소 렌터카업체들이 캐피탈 사를 이용해 렌터카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시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대출금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유예 기간 발생하는 경과이자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대출금 상환 유예와 경과이자를 감면받으면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여파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렌터카 가동률이 바닥 수준...
  10. 오세훈 "버스도 필수공익사업장 지정해야"…교통공사 정원 감축은 '시민 요구'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시내버스도 지하철처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재확인했다.오 시장은 이 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교통 현안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와의 정원 협상이 쟁의 절차로 이어지는 상황과 시내버스 통상임금 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