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항소심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에 대해 자동차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온 대법원이 새로운 판례를 세울지 주목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재필)는 좁은 도로에서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역주행으로 6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대리운전기사 박모(50)씨에 대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해차량의 속도와 질주하는 힘, 사고 후 확인된 가해차량의 파손부위 등을 고려해보면 박씨가 일방통행로를 벗어나려고 역주행했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가해차량 자체에서 발생한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의해 상상키 어려운 속력의 역주행이 일어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1심 재판부가 “피고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판결했던 것보다 차량 결함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박씨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으나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설사 박씨가 정확하게 페달을 조작했다고 하더라도 (급발진 때문에)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해차량이 일방통행로에 역으로 진입한 것은 박씨의 행위가 아니다(급발진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용강동에서 외제차를 길가에 주차하던 중 승용차가 좁은 일방통행로 160m를 수초만에 역주행하며 행인을 들이받아 6명의 사상자를 낸 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목격자들은 박씨가 당시 운전한 차량이 굉음을 내며 시속 50∼100㎞ 속도로 일방통행로를 질주했다고 진술했고 일부 목격자는 차량 밑부분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봤다고 증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