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 과실 부풀리기 만연…재판가면 절반이상이 뒤집혀
자동차 접촉사고시 과실판정이 '보험사 멋대로'라는 볼멘 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내 잘못은 전혀 없는 것 같은데 현장에 온 보험사 직원들이 쌍방과실이라고 판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최근 경기도 고양시 내유동의 한 국도에서 승용차와 접촉사고를 일으킨 용달차 운전자 곽 모씨의 경우를 보자. 1차로를 달리던 곽 씨는 갑자기 옆차로에서 방향을 꺾어들어오는 승용차를 피하지 못하고 부딪쳤다. 승용차가 깜빡이도 안켜고 불법유턴을 시도하다가 옆에 있던 곽 씨의 차를 들이받은 것.
사고 후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의 보험사 직원들이 현장에 나왔다. 양쪽 보험사 직원들은 차선 변경에 따른 접촉사고로 보고 보험사의 과실기준표에 따라 가해자에게 80, 피해자 곽 씨에게 20%의 과실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 경우 나란히 달리던 승용차 운전자가 옆에 있는 곽 씨의 용달차를 보지 못한 채 불법유턴을 시도한 것으로 일반적인 차선 변경 사고와는 달랐다. 곽씨의 경우 거의 불가항력인 셈.
곽 씨는 무과실을 주장했지만 곽 씨쪽 보험사 직원마저 상대방 보험사와 같은 입장이었다. 수긍을 못한 곽 씨는 한 달 가까이 버텨서 90대 10으로 합의를 봤다.
하지만 경미한 피해를 입은 곽 씨와는 달리 가해차량이 오히려 크게 파손돼 운전자 부부가 입원했고 사고 비용은 1천500만원이 넘었다. 10%의 과실을 인정한 곽 씨는 150만원이 넘는 사고 비용을 부담했고 보험료는 110%로 할증돼 올해까지 매년 7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
두 보험사 직원들은 왜 끝까지 피해자인 곽 씨의 무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보험사 보상직원들이 같은 구역을 담당하다보니 서로 접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사 직원들간에 구상금 청구관계에 있어서 과실을 내가 양보를 해서 구상금 회수금을 이만큼만 회수를 할 테니까 다음에는 너네가 좀 양보해라 이런 식이다.
이렇게 해서 가해자쪽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줄일 수 있게 되고, 피해자 보험사 입장에서도 나중에 입장이 바뀌었을 때 같은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두 운전자 모두에게 과실을 지우면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보험료를 할증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두 보험사 모두가 큰 손실을 보지 않게 된다.
보험사 직원들이 책정하는 과실 비율은 자체 업무지침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 당연히 이런 업무지침에 근거한 과실비율 판정은 재판까지 가게 되면 뒤집히는 게 다반사.
한 예로 보험회사에서는 신호가 없는 교차에 동시 진입한 차량끼리 사고가 나면 우측도로에서 진입한 차가 유리하도록 과실비율을 정해 놨다. 도로교통법상 우축도로의 차에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인데 주행방향이 우리와 반대인 일본법을 베낀 것이라 실제 재판에서는 무시된다.
반대로 비보호 좌회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 무조건 비보호 좌회전 차에 100% 과실이라고 정해 놨지만 비보호 좌회전이 잦은 지역에서는 직진차량도 좌회전 차량을 주의해야 할 책임이 인정돼 20%의 과실을 져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
소송으로 가기 전에 얘기되는 과실비율은 모두 다 보험사의 업무지침에 불과할 뿐이다. 당연히 과실산정에 관한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아 매년 교통사고 관련소송은 1만 5천여건 가운데 1만 4천건 이상이 과실 비율을 다투는 소송이다. 그리고 보험사 직원들이 책정한 과실비율은 절반 이상 재판을 통해 바뀌고 있다.
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의 과실을 부풀리고 있지는 않은지 소비자의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