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계약자를 속여 보험금 포기 확약서를 받은 것은 무효이므로 보험금을 주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1부(부장 이동명)는 14일 D보험사가 교통사고로 숨진 정모씨의 유족 3명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업체는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주라”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정씨는 2000년 부부 중 한 쪽이 사고가 날 경우 보험금이 나오는 ‘부부보험’에 가입했다. 정씨는 2003년 교통사고를 당해 이듬해 4월 1급장애 진단을 받았다. 부인 A씨는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사에 장해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정씨는 계약 당시 당뇨병ㆍ교통사고 입원 전력과 보험금 34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었음을 알리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보험사 직원은 A씨에게 “과거 사실을 보면 약관상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며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장해보험금은 받게 해줄 테니 차후 일체의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다’는 확약서를 받아냈다. 정씨는 확약서 작성 한달 후 숨졌고, 유족들이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자 보험사는 돌려줄 돈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확약서의 효력을 인정해 보험사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보험금 수령권자가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포기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의사표시로 보이지 않는다”며 “A씨가 보험사 직원에 속아 확약서를 작성해 준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