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도로혼잡비용 세계2위 진짜 이유는?
  • 이병문
  • 등록 2006-05-15 23:33:59

기사수정
우리나라 도로혼잡비용이 OECD 국가 중에서 2위라고 한다. 최근 건설교통부는 도로혼잡률을 추정할 수 있는 도로 1㎞당 자동차 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151대로 OECD 국가 중 독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로 1㎞당 자동차 대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도로가 혼잡하다는 뜻이다. 건교부 발표에 따르면 유류 소모와 시간 낭비 등을 고려한 교통혼잡 비용은 지난 2004년 기준 23조원, 이 가운데 60%가 도심에서 발생했다.
지난해말 우리나라 도로연장은 지난 2001년에 비해 12% 증가한 반면 자동차 대수는 19% 이상 늘어나 교통혼잡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GDP 대비 물류비용은 12.7%로 미국과 일본의 1.5배에 달하고 있어 국가 경쟁력 약화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건교부는 "적극적인 도로 확충 없이는 혼잡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도로라도 중요도를 따져 필요할 때 국고를 지원하고 대도시권은 외곽 망을 구축해 연계성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도로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과연 '도로 확충'으로 교통 혼잡을 해결하자는 건교부의 인식은 맞는 걸까? 건교부의 도로 부족 타령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던 것을 염두에 두면 계속 도로를 뚫는데도 교통난이 계속 심화되는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동차 이용 강요하는 나라>

도대체 도로는 계속 뚫는데 왜 교통난은 계속 심화될까? 우리나라의 교통난은 자동차 위주의 도로 공급 정책이 빚어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심과 부도심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지 않은 데다 도심에서 자동차를 운행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너도나도 자동차를 운행하고 결과적으로 교통 혼잡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의 2004년도 교통 부문별 투자액을 비교해보자. 전체 투자액의 66%가 도로 건설에 할당됐는데, 이는 철도.지하철(23.7%), 버스.택시(0.4%)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다시말해 정부가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를 안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자동차를 이용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꾸준히 늘어 2006년 3월말 현재 1가구당 0.86대나 된다. 더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의 하루 운행 거리가 2002년 기준 61.2㎞로 미국과 비교했을 때도 하루 6㎞나 더 길다는 사실이다. 이 운행거리는 일본보다는 무려 35.5㎞나 더 긴 수준이다. 더구나 2001년과 비교해보면 미국, 영국, 일본은 다 운행 거리가 줄어든 반면에 우리나라만 오히려 늘었다.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도로면적 대지면적과 맞먹어>

더구나 건교부의 발표는 중요한 다른 사실도 누락했다. 건교부는 "우리나라 도로 1㎞당 자동차 대수는 151대나 된다"며 "우리나라 뒤를 잇는 이탈리아(73대), 포르투갈(63대), 일본(62대)의 2배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건교부의 발표는 진짜 중요한 사실은 감추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땅덩이가 크지 않은 마당에야 무작정 도로를 뚫을 수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면적 중 도로가 차지하는 면적(2490㎢)은 약 2.5%나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 전국의 대지 면적(2천500㎢)에 맞먹는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전체 면적 중 도로가 차지하는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1.88%에 불과하다.
국토 면적 당 도로 길이는 1008m/㎢로 OECD 중위권이다. 고속도로만 놓고 봤을 때는 국토 면적 당 도로 길이는 29.4m/㎢로 OECD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 영국,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즉 좁은 국토를 염두에 둔다면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은 결코 나쁜 편이 아니다. 이미 건설된 고속도로, 국도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접근이 가능한 현실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중복.과잉 투자...'유령 도로' 남발>

건교부의 도로 공급 위주 정책은 교통 혼잡을 해결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환경 파괴뿐만 아니라 막대한 '혈세'가 낭비된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5년 6월말 현재 전국의 국도 건설 공사 구간 중 24곳, 고속도로 건설 공사 구간 중 3곳이 중복.과잉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중복.과잉 투자되고 있는 구간의 총 길이는 434.8㎞로 경부고속도로보다 더 길다. 이런 공사로 낭비되는 예산은 무려 5조4천억 원에 이른다. 물론 이 돈은 건설업체의 수중으로 들어간다. 또 이런 도로에 대한 중복.과잉 투자는 필연적으로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유령 도로'를 낳는다.
건교부의 통계에 따르면 1일 교통량이 4만 대에 못 미치는 고속도로 노선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13개 노선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문경에서 수안보로 이어지는 이화령 고개의 경우에는 채 500m도 안 되는 거리에 4번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인접해 지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국도의 교통량은 예측 당시의 20~30% 수준에도 못 미쳐서 결국 2004년 12월 29일 정부(부산지방국토관리청)가 도로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자에게 배상을 해줘야 했다.
도로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는 교통 혼잡을 결코 풀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교부는 도로 건설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건교부는 언제까지 "도로가 부족하다"는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2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이슈] 인구 70만 바라보는 김포, 골드라인은 한숨 돌렸지만… 5호선 연장 숙제 남아 배차를 줄여 버텨온 김포골드라인은 그 방식마저 한계에 다가섰다. 대안인 5호선 연장은 낮은 경제성과 먼 개통 시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두 칸짜리 열차가 장기역 승강장에 들어선 건 28일 오전 7시20분이었다. 사우역을 지나자 객실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점 한 정거장 전인 고촌역에서는 문이 열려도 오르지 못한 승객이 있었다. 그...
  2. [현장]한강버스 요금 2배 된다…관광이냐 교통이냐, 주말 요금 두고 공방 서울시가 내년 4월부터 한강버스 주말·공휴일 요금을 3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린다. 평일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둔다.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고 차등요금제 세부안을 공개했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과 전문가, 운영사 관계자, ...
  3. 주말엔 더 내고 평일은 3천 원 그대로…한강버스 '차등요금' 꺼냈다 주말마다 한강버스에 여가 이용객이 몰려 대기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가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두고 주말·예약 요금을 따로 매기는 차등요금제를 추진한다.서울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차등요금제의 도입 목적과 필요성, 주말&mi...
  4. [이슈] 서울역~킨텍스 17분…GTX-A 달리는데, 다른 노선 2031년에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 2년 반 만에 누적 이용객 4047만 명을 넘어서며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B·C노선은 착공식 이후에도 실제 공사가 늦어지면서 2031년에야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지하 GTX-A 승강장에서 열차에 올랐다. 연신내역과 대곡역을 지난 열차는 경기 고양 킨텍스역에 멈춰 .
  5. 로보택시 회사들 데이터 공유한다…외산 라이다 대신 국산 부품 우선 검토 미래차 부품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도 양산 경험과 수요처가 없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가 완성차·부품·반도체·로보택시 기업을 짝지은 협력 협약 5건을 맺었다.산업통상부(산업부)는 30일 서울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미래차 생태계 구축 협력' 업무협약식과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M.AX 얼라이언스' ...
  6. [이슈]한강버스 적자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주말 요금은 서울시민도 2배 서울시 요금안대로라면 내년 4월부터 주말에 한강버스를 타는 서울시민은 6천 원을 낸다. 외국인 관광객, 다른 지역 주민과 같은 요금이다. 한강버스 운항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운다.서울시는 지난달 29일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안)을 위한 시민 공청회'에서 주말·공휴일 요금을 두 배로 올리는 차등요금제를 공개했다. 이 ...
  7. 美는 수입 금지하는데…韓, 中 로보택시 안보 규제 '미도입'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 차량 10대가 이미 서울 강남을 달리고 있지만, 국내 운행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산 로보택시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받은 '중국산 로보택시 국내 도입 및 규제 현황' 자료를 28일 ...
  8. 서울시 "2030년까지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 도입 추진" 기존 버스에 센서를 덧붙이는 소규모 실증으로는 대량 도입에 한계가 있자, 서울시가 현대차·버스업계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용 시내버스 500대 도입을 추진한다.서울시는 1일 시청에서 현대자동차,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조합)과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
  9. 현대캐피탈 대출금 상환 유예…렌터카 업계 경영난 완화 기대 부산지역 중소 렌터카업체들이 캐피탈 사를 이용해 렌터카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시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대출금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유예 기간 발생하는 경과이자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대출금 상환 유예와 경과이자를 감면받으면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여파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렌터카 가동률이 바닥 수준...
  10. 오세훈 "버스도 필수공익사업장 지정해야"…교통공사 정원 감축은 '시민 요구'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시내버스도 지하철처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재확인했다.오 시장은 이 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교통 현안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와의 정원 협상이 쟁의 절차로 이어지는 상황과 시내버스 통상임금 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