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출시되는 모든 일반 시내버스에 운전기사 보호격벽 설치가 의무화되는 가운데, 새롭게 도입되는 보호격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건설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정된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해 4월1일부터 출고되는 모든 시내버스에는 운전기사 보호격벽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는 최근 몇년간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취객 등 승객으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운전자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이런 좋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버스 제조사가 개발한 격벽은 운전기사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기능을 넘어 지나치게 고가의 장비를 갖춰 오히려 적자에 허덕이는 버스업계에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차와 대우차가 개발한 보호격벽은 버스 운전자석 높이에서부터 커다란 통유리가 전동으로 올라와 운전석과 외부를 차단하는 형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운전기사를 보호하는데 방탄유리 등으로 차단만하면 되는 것을 굳이 비싸고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전동 유리로 된 격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버스업계는 "현대차와 대우차가 시장지배적인 위치를 남용해 실효성이 없고 지나치게 비싸기만 한 보호격벽을 강매하려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버스업계는 수차례 버스제작사측에 공문을 보내 평범한 방탄유리 격벽을 달아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차량 구입 거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계획 중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버스제작사들이 전동 유리 격벽을 제작한 것은 당초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입법예고될 때 격벽을 '상하 이동 자동식'으로 설치하도록 한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개선을 권고, 규칙에서 삭제돼 보호격벽은 운전기사를 보호할 수 있으면 어떤 형태가 되든 상관없도록 변경됐지만 버스제작사들은 '상하 이동 자동식' 격벽 제작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에 반발한 버스업계는 자체적으로 사업자를 선정, 평범한 격벽을 만들어 이를 신차에 적용해 줄 것을 버스제작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버스제작사들이 만든 '전동 유리' 격벽은 250만원에 달하지만 업계가 추천하는 격벽은 50~70만원선으로 가격 차이가 3~4배 가량 벌어진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버스제조사의 전동 유리 보호격벽을 설치하면 연 200억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들게 된다"며 "가뜩이나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버스업체에 부담이 늘어나면 결국 버스요금 인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전동 유리 격벽은 버스 운전자가 격벽의 높이를 자동으로 조종할 수 있는 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기능에 비교하면 결코 비싼 제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현재 버스업계는 버스제조사에서 만든 제품과 버스업계가 추천한 제품을 시험 운행한 다음 어떤 제품을 쓸 것인지 결정하자고 버스제조사와 건교부 등에 제의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건교부 대중교통팀 관계자는 "현재로선 버스제조사가 만든 제품을 장착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