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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끼리 살짝 스쳐도 진단서는 3주?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5-12-01 20: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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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사고 중상.경상 기준분류 개정 의견 높아
택시기사 김 모(40)씨는 지난 10월 서울 삼각지에서 빈 차로 용산역 방향으로 가다 앞에 서있던 자가용승용차를 살짝 들이 박았다. 깜박 한 눈을 판 김씨의 과실이었다.

승용차에 탔던 운전자 등 3명이 모두 요추염좌 등으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결국 김씨는 한꺼번에 벌점을 45점이나 받아 면허가 정지됐고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김씨는 "골절도 아니고 멍 하나 없이 가볍게 근육이 놀란 상태를 중상으로 보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교통사고 피해구분의 기준이 되는 '중상'과 '경상'의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만 병원들의 농간과 일부 피해자의 비양심적 행동때문에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게 주장의 핵심이다.

교통사고 피해 기준은 의사의 최초 진단결과 5일이상 3주 미만은 '경상', 3주 이상은 '중상'으로 분류된다. 교통사고를 내면 '운전면허 행정처분 처리지침'에 따라 벌점이 부과된다. 경상이면 피해자 1명당 벌점이 5점이지만 중상이면 3배인 15점으로 늘어난다. 벌점이 40점 이상이면 40일간 면허가 정지되고 1년간 누적벌점이 121점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된다.

또 택시.버스 등 5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한 여객사업용자동차는 교통사고지수(교통사고건수/보유대수 x 10) 산정시 '경상'은 0.3건, '중상'은 0.7건이 적용돼 사고지수가 택시는 2, 시내버스는 4에 이르게 되면 사업일부정지(75일) 또는 과징금 500만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의사들의 진단서 발급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전치 3주가 되면 입원이 쉬워 병원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다. 이때문에 의사들은 골절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한 끊어줄 수 있는 3주짜리 진단을 발급하는 때가 많다.

실제로 지난달 차를 몰고 집에 가다가 갑자기 끼어든 승합차에 살짝 받힌 김 모(여.23)양은 어깨에 약간의 타박상을 입었을 뿐 뼈에는 이상이 없는 가벼운 사고였음에도 병원에서는 "입원을 하라"며 전치 3주짜리 진단서를 끊어줬다.

김 양은 몸에 큰 이상이 없었는데도 1주일 동안 입원해 물리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김양이 벌점부과 기준상 '중상'에 해당하는 전치 3주의 진단을 받는 통에 사고를 낸 운전자는 벌점누적으로 면허가 취소됐다. 김 양은 "병원측에서 보험금을 많이 받으려면 가해자가 진단일수를 줄여달라고 부탁해도 절대 들어줘선 안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면 스치기만 해도 전치 3주는 기본이다. 이로 인해 생계를 위해 반드시 차를 몰아야 하는데도 억울하게 면허가 정지되는 안타까운 사례를 자주 일어나고 있다.

택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피해자 대부분이 과잉 진단서를 요구하고 의료계도 별다른 문제의식없이 진단서를 남발하고 있다"며 "현행 기준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고, 과잉 진단서 남발에 따른 피해가 자동차운수업계와 보험업계에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상사고는 5주이상, 경상사고는 2주이상 5주미만으로 피해기준을 높여야 하며 사업용자동차 교통사고지수 산정기준도 경상사고는 0.1건, 중상사고는 0.3건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상 기준의 상향조정은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약화시켜 더 많은 교통사고를 유발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사고를 내도 보험처리만 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생계형 운전자에 대한 배려라는 명분도 개인의 생명권과 사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제 앞에서는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처벌규정 완화보다 진단서 발급 과정에서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을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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