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광역버스 입석금지 제대로 될까?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4-07-27 08:32:51

기사수정
  • 준비없이 강행, 대혼란 야기…입석금지 자체 거의 안 지켜져
 
<문제 해결 때까지 많은 시간-예산 필요…그 전까지 어떡하나?>

정부가 지난 16일부터 광역버스(수도권 직행 좌석버스) 입석 금지를 시행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오가는 차량은 모든 승객이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야 하지만 경기도·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들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입석 탑승이 허용돼왔다.

입석 금지가 시행된 첫날부터 출근길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차를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이 속출하고, 일부 승객은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버스가 출발하는 종점으로 이동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입석 금지에 대한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네티즌들은 “고속도로 올라가기 직전 정류장 사람들은 아예 버스를 못 탄다” “입석 금지 후 매일 아침 30분 일찍 나와 거꾸로 올라가 타고 있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냐?” “추가로 임시버스 넣었다던데 티가 하나도 안 난다” “이 정책 만든 분들은 버스타고 출·퇴근 해본 적은 있으시냐” “탁상공론의 전형이다” “자동차 구매 장려 정책이냐”는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는 승객 불편을 막기 위해 입석금지 시행 첫날부터 버스 200여대를 추가 투입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추가대책으로 지난 21일부터 출퇴근 시간대에 광역철도와 전철, 출근형 급행버스를 증편했으나 이 역시 혼잡을 막진 못했다.

광역버스의 입석 금지는 취지는 좋았지만 확실한 대안이 없었다. 대책이라곤 버스 증차나 운행 횟수를 늘리는 것뿐이었는데 수도권 출퇴근 승객들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석금지 자체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입석금지 시행 첫날인 지난 16일 현장 점검 결과, 서울방면 직행좌석형 버스는 오전 6∼9시 135개 노선에 1708대가 운행됐는데 이 가운데 113개 노선 1391대(81.4%)가 입석 승차를 허용했다. 또 이 시간대 입석 승차자는 전체 승객 9만8183명 가운데 1만2403명(12.6%)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입석금지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버스기사들은 “승객들이 무조건 타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정부 대책이 무시되고 있다 보니 속도 제한을 통해 입석을 허용하거나 입석금지 제도 시행 자체를 유보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다음달 중순까지 한 달가량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입석 해소 여부, 이용객 불편 사항 등을 평가한 뒤 노선 조정, 증차 등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버스 증차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우려에는 각 지자체가 운송사업자와 협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2층 버스 20여대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광역버스의 입석금지 조치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모두들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원칙만 고집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광역버스의 입석문제 해결은 증차 이외에는 당장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버스 대수를 거의 무한대로 늘리면 입석 승객이 자연히 없어지겠지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문제다.

현재에도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한 시간에는 광역 직행버스가 좌석이 빈 채로 운행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무조건 증차’만이 답이 될 수도 없다. 입석 금지에 대한 대책으로 버스가 추가 투입되면서 벌써부터 요금 인상이 점쳐지고 있어 승객들의 요금 부담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들을 종합해볼 때, 광역버스의 입석금지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전까지 시민들이 출퇴근 때 겪어야 하는 고통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강남 30분 시대”라더니…김포에 돌아온 건 반쪽 ‘서울역 직결’ 김포 정치권과 지자체는 GTX-D 서울역 직결안 통과에 환호했지만, 시민이 기대한 ‘강남 직결’은 빠진 채 확정됐다. 강남 수요와 도시 성장 전망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김포시민이 기대한 건 ‘강남 30분 시대’였다. 정치인들은 수년간 이를 내세워 지역 여론을 달궜고,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일명 GTX-D 선행구간)이 강남까...
  2. 대구 개인용달 화물차 ‘생계 위기’…택배 전환·번호판 충당 해법 모색 [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대구지역에서 운행 중인 1톤 개인용달 화물차들이 과잉 공급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으로 생계 위협에 직면했다. 업계는 택배 전환과 번호판 충당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하며, 용달·택배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상생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지역 용달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는 개인용달 차량이 과도하...
  3. 더현대 광주, 북구-광주시 충돌…정준호 의원 “복합쇼핑몰 교통문제, 국회가 조정자 역할 나서야” 광주 북구가 ‘더현대 광주’의 건축허가를 조건부 승인했지만, 교통 인프라 개선을 두고 광주시와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건축허가는 북구가 맡았지만, 교통대책 수립과 예산 편성 권한은 광주시에 있어 두 기관 간 역할 분담이 뚜렷하다. 해당 사업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터에 연면적 27만3천895㎡(지하 6층·지상...
  4. 애플페이 교통카드, 한국 대중교통 바꿀까?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로도 교통카드를 쓸 수 있는 시대다. 애플페이가 한국 대중교통에 정식 적용됐지만, 기능적 제약과 정책 연계 미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2025년 7월 22일, 애플과 티머니가 애플 월렛에 티머니 교통카드를 공식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아이폰과 애플워치 사용자도 스마트기기 하나로 전국 대중교통을 이용...
  5.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끝까지 징수…우대·기후동행 돌려쓰기 집중 단속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부정승차에 법적 조치를 병행하고, 우대용·기후동행카드 부정사용에는 과학적 단속 시스템을 도입했다.7일 공사는 부정승차를 단순 위반이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로 간주해, 소송부터 강제집행까지 끝까지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지금까지 130여 건의 소송을 진행했으며, 지난해에는 22건...
  6. 서울시, 외국인 대상 택시 바가지요금 100일간 특별단속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택시의 부당요금 요구, 승차거부, 불친절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100일간의 집중 단속에 나섰다.서울시는 여름 휴가철과 관광 성수기를 맞아 외국인 택시 민원을 해소할 특별 대책을 시행한다고 6일 밝혔다. 인천·김포공항, 명동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단속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승차거부...
  7. 신규 운면허 취득자 2년째 감소세…청년층 "기후동행카드면 충분"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가 2년 연속 급감하면서 전국 운전면허학원이 매월 2-3곳씩 폐업 위기에 처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신규 면허 취득자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80만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기후동행카드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업계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08만명이던 신규 운전...
  8. TS '오늘도 무사고' 캠페인 100일, 전국 안전문화 확산 성과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4월 30일 출범한 범정부 교통안전 캠페인 '오늘도 무사고'가 100일을 맞아 전국 14개 지역본부에서 232회 현장 캠페인을 실시하고 1만2천여 명의 국민이 참여하며 전국적인 교통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번 캠페인이 기존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교통안전 홍보에서 벗어나 ...
  9. 8.15 광복절 세종대로 18시간 전면차단…폭주차량 특별단속도 서울경찰청은 제80주년 광복절 기념행사로 인해 15일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18시간 동안 세종대로(적선로~세종로) 일대를 양방향 전면 통제하고, 동시에 폭주·난폭운전 차량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11일 밝혔다.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세종대로 등 교통통제는 총 3단계로 나눠 실시된다. 1단계는 지난 10일 오전 0시부터 16일 오후 ...
  10. ‘나중에 돌려드릴게요’ 복지이직금 900억 미지급…서울개인택시조합, ‘폰지 사기’ 논란 서울개인택시조합의 복지이직금 제도가 회비에 의존한 순차 지급 방식으로 운영되며, 누적 미지급금이 900억 원(2025년 8월 기준)을 넘어섰다. 신규 회비로 기존 수급자의 이직금을 충당하는 구조가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는 지적 속에, 이사장 교체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제도 개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복지이직금은 개인택시 기사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