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자율주행 단계의 기준인 국제표준 ‘SAE J3016’ 개정을 처음으로 이끌었다.
SAE J3016 개정 전후 비교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정보통신방송표준개발지원사업'을 통해 이번 개정을 주도했다. 이 사업은 정보통신 융합 기반 신산업과 신시장 개척을 위해 표준을 선제 개발하고, 국내 기술의 국제표준 채택과 의장단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개정판은 지난 9월 20일 공식 발간됐다. 2014년 제정된 SAE J3016이 그동안 미국 중심으로 개정돼 온 점을 고려하면 국내 연구진이 개정 작업을 이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 작업은 ETRI 차홍기 지능정보표준연구실장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이 3년 6개월에 걸쳐 총괄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성과가 정부의 국정과제 '세계를 선도할 넥스트(Next) 전략기술 육성'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SAE J3016은 운전자 지원과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6단계로 나누고 단계별 개념과 용어를 정한 기준이다.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업체는 물론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기술 개발과 제도 마련에 참고하는 대표적 잣대로 쓰인다.
이 표준을 만드는 SAE는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로, 1905년 미국에서 설립된 자동차·항공우주·상용차 분야의 사실상 표준화 기구다. 약 1만 건의 표준을 개발·관리하고 있으며 전 세계 100여 개국에 회원을 두고 있다.
이번 개정의 배경에는 시장 환경의 변화가 있다. 차선 유지와 속도 조절 같은 운전자 지원 기능이 자동차에 널리 보급됐고,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운전자 없이 달리는 로보택시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 지원 기능을 완전한 자율주행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레벨 2+'처럼 공식 표준에 없는 표현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자동차와 운전자의 역할을 혼동하는 문제도 불거졌다.
이에 따라 개정은 단계별로 운전자와 자동차가 맡아야 할 역할을 분명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기존의 간략했던 레벨 설명 문구를 운전자와 자동차의 역할이 드러나도록 바꿔 단계 간 차이를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레벨 1은 '운전자 보조'에서 '조향 또는 속도 중 하나를 지원하는 운전자 지원'으로 바뀌었다. 레벨 2는 '부분 자동화'에서 '조향과 속도를 모두 지원하는 운전자 지원'으로 고쳤고, 두 단계 모두 운전자의 상시 감독과 필요시 개입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레벨 3은 '조건부 자동화' 대신 '정해진 조건에서의 자율주행'으로 정의하고, 경보가 울리거나 명백한 차량 고장이 생기면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레벨 4는 같은 '정해진 조건에서의 자율주행'이되, 위험 완화를 위해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레벨 3과 구분했다.
레벨 5는 '완전 자동화'에서 '사람이 운전할 수 있는 모든 조건에서의 자율주행'으로 바뀌었으며, 사람의 운전이 필요 없다고 규정했다. 레벨 0은 '운전 자동화 없음'으로 기존 표현을 유지했다.
과기정통부와 ETRI는 이번 개정으로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소프트웨어 기업, 규제·보험 관련 기관, 각국 정부 등이 기능 개발과 안전 설계, 운전자와 자동차의 역할 구분에서 더 명확한 기준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도 차량 기능별로 운전자가 해야 할 역할을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기정통부는 "운전자를 보조하는 기능이 점차 고도화되고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확한 표준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면서, "이러한 국제표준을 국내 연구진이 주도해서 개정했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이며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자율주행 분야 국제표준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