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지난달 30일 개성에서 철도협력분과위원회를 열고 개성공단 정기 화물열차를 종전대로 매일(월~금) 운행하되, 1일부터는 화물이 있을 때만 화물차를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일부터 개성공단을 오가는 정기 화물열차는 화물차 없이 기관차만 달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6·25 전쟁 중 끊긴 남북 철도는 56년 만인 작년 12월 11일 문산~개성 봉동 간 화물열차 운행 합의를 계기로 화물차 10량으로 운행을 재개했다. 그러나 개통 다음날부터 '텅 빈' 화물차 운행이 이어졌다.
코레일에 따르면 1월31일까지 640량의 화물차가 운행됐고 이 중 41량(6.4%)에 화물이 실렸다. 화물차 1량이면 충분한 물동량인데도 그동안 10량을 모두 달고 다닌 셈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26일 군사실무회담에서 북한이 먼저 "짐도 없이 오갈 바에야 차라리 운행을 줄이자"고 요구했을까.
개성공단 화물열차의 개통 날짜는 작년 11월 중순 총리회담에서 결정됐다. 당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부가 56년 만의 남북 정기열차 개통이라는 '상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둘렀다는 관측이 많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기 열차가 필요할 정도의 물동량이 없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항의 첫 이행이라는 의미가 중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경협 사업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경제성'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얘기다. 화물이 없어도 화물차 10량을 꼬박 달고 운행한다는 남북 합의가 나온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아무리 상징성이 중요하다지만, 그것이 꼭 10량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니었을까. 이런 것이 바로 실용을 저버린 외화(外華)의 전형이다. '속 빈' 남북 경협은 노무현 정부가 마지막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