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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덕도신공항, 이대로 괜찮은가...'표퓰리즘'이 만든 위태로운 비행
  • 박정원
  • 등록 2025-06-02 15: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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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위 후보지가 1위 김해공항 확장안 제치고 확정된 이례적 사례
  • 현대건설마저 불참 선언하며 건설 업체 확보 난항 예상
  • 선거 공약이 객관적 평가와 지역 합의 무시하며 추진되는 한계 노출

30년도 넘은 오래전 기억이다. 지금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된다는 곳에 낚시를 갔었다. 그때의 가덕도는 지금처럼 육지와 연결이 된 곳이 아닌 어엿한 섬이었다. 가덕도가 육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안 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난 지금 가덕도는 섬이 아니다. 단순히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게 2009년이고, 지금은 아예 부산 신항에 연결된 연륙 도로 덕분에 어엿한 육지가 되었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가덕도신공항 건설공단)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지금부터 5년 전인 2021년이었다. 처음부터 가덕도가 영남권 신공항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김해, 밀양에 이어 세 번째, 다시 말해 세 곳의 후보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곳이 가덕도였는데, 1위였던 김해공항 확장안을 제치고 확정되었다.


2016년 6월에 발표된 용역 검토 결과, 김해공항 확장은 확정적이었다. 대구·부산·울산·경북·경남 5개 시도 합의에 따라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서 검증해 국책사업으로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입장이 같았다. 그런데 2018년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후보가 주장하면서 가덕도신공항 안이 이슈로 부상했다.


부산시장 후보 처지에선 가덕도가 매력적일 수 있다. 김해공항 근처 주민의 민심을 얻는 데에도 유리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추진한다는 게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대구 경북 등 전국적으로 민심까지 수렴해야 하는 대통령 선거와 다른 게 지방선거다.


이처럼 선거의 쟁점이 되면 정부 정책도 바뀔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교통부도 반대했지만, 결국 가덕도신공항은 대세가 되어버렸다. 이미 대세가 된 이후에는 정책의 폐기는커녕 수정하기도 어렵다. 대중 정치의 위험한 점이다. 추진키로 한 것을 중단한다는 건 훨씬 어렵다.


그래서 어떤 정책이든 심사숙고가 필요하며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은 큰 문제가 없는 한 변경되지 않아야 하는데, 가덕도신공항의 경우는 영남권 자치단체들의 합의마저 무시하면서 추진되었다.


가덕도는 영남권 전체에서 보면 접근성이 좋지 않다. 공사 난도가 높고, 교통인프라가 잘 발달한 김해공항과 비교하면 경제성도 떨어진다. 북쪽에 있는 산 때문에 문제가 많더라도 김해공항이 가덕도보다 좋게 평가받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김해신공항 11자형 활주로 2개, 동쪽 V자형 1개 등, 3개 대안 위치도

생각해 보면, ADPi에서 제안한 신규 활주로보다 더 나은 활주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존 활주로의 서남쪽에 같은 방향으로 건설하면 중간에 터미널을 배치할 수 있고 북쪽 산과 거리도 최대한 넓힐 수 있다. 


그렇지만, 작금에 이르러 가덕도신공항은 정치권 입장에선 무조건 밀어붙여야 하는 정책이 된 꼴이다. 여야를 안 가리고 추진을 약속하고 있다. 우리 정치의 수준이 딱 여기까지다.


그런데, 막상 부지 조성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이 불참을 선언했다. 건설 사업의 핵심인 부지 조성 공사를 맡기로 했던 현대건설은 6개월간의 기본설계를 진행한 후 공사 기간을 입찰 조건보다 2년 늘린 108개월(9년)로 잡은 설계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연약지반 안정화와 방파제 일부 시공 후 매립 등에 시간이 더 필요하고, 안전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었다.


건설사로선 당연한 걱정이지만, 정부로선 최초 계획대로 공사 기간 단축을 요구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자 현대건설은 아예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지난 5월 30일 밝혔다. 컨소시엄 전체 의견이 아닌 현대건설의 단독 입장이라지만 컨소시엄에 속한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나머지 9개 회사는 아직 견해 표명이 없다.


짧은 공기에 대한 부담 등으로 경쟁입찰이 4차례나 유찰되었고, 결국 유일한 참여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한 전력이 있는데, 이제 와서 7년 내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장담하는 업체가 나타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른다.


2016년 용역 결과 발표 시점에서 9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4년이 지났다. 가덕도 얘기가 안 나왔더라면 지금쯤 김해공항은 이미 확장되었을 것이지만, 눈에 안 보여서 그런지 시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건설회사마저 손을 드는 상황이 되자, 부산시는 오히려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에 편입되는 토지 37만 9천㎡와 물건 등에 대한 손실보상 협의를 5일부터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기정사실로 굳히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7년이든 9년이든, 엄밀히 보면 공사 기간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공항을 만들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그 이전에 경제성이 있는지 살피는 것은 기본이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 숙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가덕도신공항은 합의 정신과 객관적 평가마저 무시하는 선례를 남겼다.


알고 보면 이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표라면 무엇이든 한다 해서 ‘표퓰리즘’이라는 소리를 듣는 우리 정치, 내게 유리하면 공동체는 상관없다는 식의 시민의식에 비하면, 냉정하고 현실적인 기업의 결정이 훨씬 나아 보여서 하는 말이다.


박정원 / '사람 사는 경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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