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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범 자꾸 용서하다 보면...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5-07-12 07: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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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나중에 용서받을 것을 염두에 두고 죄를 범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죄를 진 사람을 자꾸 용서해주다 보면 죄 자체가 죄가 아니게 된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당의장이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 8.15 대사면을 건의할 뜻을 밝힘에 따라 일반사면 단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정간의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 최종 결과를 속단하긴 어렵지만 교통벌점 삭제 조치도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럴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점이나 운전면허 정지 등 제재를 받고 있는 약 50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벌점이 완전삭제되거나 운전면허증을 되돌려 받는 등 구제를 받게 된다.
또 운전면허 취소자는 결격기간에 상관없이 곧바로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교통사범에 대한 대사면은 과거에도 몇번 있었던 일로, 최근 10년 동안에는 3번의 교통사범 대사면이 있었다. 김영삼 정부 때 한 번, 김대중 정부 때는 출범 직후인 1998년 3월과 2002 년 월드컵 성공 개최 기념 등 두번에 걸쳐 1천여만명에 달하는 교통사범을 구제했었다.

지난날 한순간 잘못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돼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대화합을 이루기 위한 교통사범 대사면의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정부가 범칙행위를 한 사람들에 대해 면죄부를 자주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불과 3, 4년마다 면죄부를 주는 것은 우리 사회에 "법을 어겨도 조금만 참으면 사면된다"거나 "교통법규는 지키는 사람만 손해"라는 의식을 조장, 법 집행의 안정성과 형평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

교통사범 대사면은 이미 노무현 정부 출범때부터 뒤따른 이야기다. 노무현 당선자 시절부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대사면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번에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면 매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최소한 한 두번은 교통사범 대사면을 단행하는 것이 관례화될 소지가 크다.

프랑스의 경우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교통위반자에 대한 대사면을 시행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교통법규 위반과 교통사고가 증가해 골치를 앓은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선 법적 안정성과 국민들의 준법의식에 미치는 악영향 등 파급효과가 엄청난 점을 고려, 교통사고 사면을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교통법규 위반이 과연 너그럽게 봐줄만한 가벼운 죄인지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한 해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17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세계최고 수준의 교통사고 다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통사고의 주범은 과속.신호위반.중앙선 침범 등 법규 위반이다. 그런데 이들을 그렇게 쉽게 너그럽게 용서해줄 수 있는 것인가. 신호위반과 과속, 그리고 음주운전이 어쩌다 하는 실수인가. 안되는 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위반한 경우가 더 많은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교통법규 위반 행위는 사회적 고질병의 하나로, 오히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더욱 강한 벌칙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잦은 사면은 질서의식을 경시하게 만들 수 있으며 그간 성실하게 법을 지킨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허탈감을 자아낼 수도 있다.

법은 지켜져야 할 때 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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