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화물차 주차할 곳 없다…그 ‘속사정’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12-22 14:06:21

기사수정
  • 최근 갓길 추돌 사망사고 발생…차고지 부족난이 불법 주차 양산

지난 20일 오후 12시 48분께 김포시 고촌읍 태리 한 도로에서 60대 남성 A씨가 몰던 쏘나타 승용차가 갓길에 주차된 14톤 화물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소방대원들이 사고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김포소방서)

코로나19 여파로 일감이 줄어든 화물차들이 움직이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주택가 등 불법 주차가 부쩍 늘어났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화물차 불법주차는 차량통행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보행자·차량 간 사고 위험, 긴급차량 통행 방해 등 안전에 위협이 된다. 주차 차량을 추돌한 교통사고 치사율은 일반 사고의 3배가 넘는 등 불법 주차는 심각한 문제다. 

 

실제 대규모 물류단지가 많은 경기 김포에서 갓길에 불법 주차한 대형 화물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60대 승용차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낮 12시 48분께 김포시 고촌읍 한 도로에서 60대 남성 A씨가 몰던 쏘나타 승용차가 갓길에 주차한 14t 화물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쏘나타 승용차가 화물차 왼쪽 후미에 깔리면서 A씨가 머리와 얼굴 등을 크게 다쳐 그 자리에서 숨졌다.

 

화물차는 주정차가 금지된 편도 2차선 도로 갓길에 불법 주차를 한 상태였다. 추돌 사고가 날 당시 화물차 운전기사는 차량에 타고 있지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혈액 샘플을 보내 음주운전 여부와 도로 주변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를 찾아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화물차 기사에게 불법 주차로 인한 과태료 처분을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차 기사에게는 과태료 처분 외 다른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고 장소는 인근에 대형 물류단지가 많아 화물차 통행량이 잦은 곳으로 주민들은 평소에도 해당 도로 갓길에 불법 주정차하는 화물차가 많았다고 말했다.

 

화물차 기사들은 “돈을 내고서라도 주차하고 싶은데 김포에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없다”며 “가까운 곳에 차고지가 있다면 어느 운전자가 사고 위험과 과태료 등을 부담하고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화물차 불법 주차는 김포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화물차 차고지 부족으로 10대 중 9대 정도는 어딘가에 불법 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무작정 단속해 과태료를 매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호소하고 있다.

 

화물차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해서는 공영주차장 확충이 시급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주차장 확보는 더디기만 하다. 또 서울, 부산, 대구 등 특별시나 광역시들은 화물차고지로 사용할 만한 부지가 거의 없다. 설령 도심 인근에 부지가 있다고 해도 차고지를 건립하고자 하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다.

 

영업용 대형 화물차는 주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지자체에 차고지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거주지 또는 운행지역 부근에서 차고지를 구하기가 어려워 사실상 '서류상'으로만 차고지를 확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련법도 차고지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주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특별시나 광역시에 있는 경우 인접 광역시나 도에 차고지를 설치하도록 예외를 뒀다. 서류상 차고지만 갖춘 화물차 운전자들은 차고지를 이용하지도 못하면서 만만치 않은 임대료까지 부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주차를 하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차고지와 거주지 또는 운행 지역의 일치성을 위해 지역 내 공영차고지 조성이 중요하다"며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불법 주차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최근 관련법 개정으로 그린벨트 내에 차고지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며 "고속도로나 간선도로망 등 접근성이 좋은 그린벨트 지역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AG

프로필이미지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강남 30분 시대”라더니…김포에 돌아온 건 반쪽 ‘서울역 직결’ 김포 정치권과 지자체는 GTX-D 서울역 직결안 통과에 환호했지만, 시민이 기대한 ‘강남 직결’은 빠진 채 확정됐다. 강남 수요와 도시 성장 전망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김포시민이 기대한 건 ‘강남 30분 시대’였다. 정치인들은 수년간 이를 내세워 지역 여론을 달궜고,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일명 GTX-D 선행구간)이 강남까...
  2. 대구 개인용달 화물차 ‘생계 위기’…택배 전환·번호판 충당 해법 모색 [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대구지역에서 운행 중인 1톤 개인용달 화물차들이 과잉 공급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으로 생계 위협에 직면했다. 업계는 택배 전환과 번호판 충당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하며, 용달·택배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상생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지역 용달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는 개인용달 차량이 과도하...
  3. 더현대 광주, 북구-광주시 충돌…정준호 의원 “복합쇼핑몰 교통문제, 국회가 조정자 역할 나서야” 광주 북구가 ‘더현대 광주’의 건축허가를 조건부 승인했지만, 교통 인프라 개선을 두고 광주시와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건축허가는 북구가 맡았지만, 교통대책 수립과 예산 편성 권한은 광주시에 있어 두 기관 간 역할 분담이 뚜렷하다. 해당 사업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터에 연면적 27만3천895㎡(지하 6층·지상...
  4. 애플페이 교통카드, 한국 대중교통 바꿀까?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로도 교통카드를 쓸 수 있는 시대다. 애플페이가 한국 대중교통에 정식 적용됐지만, 기능적 제약과 정책 연계 미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2025년 7월 22일, 애플과 티머니가 애플 월렛에 티머니 교통카드를 공식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아이폰과 애플워치 사용자도 스마트기기 하나로 전국 대중교통을 이용...
  5.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끝까지 징수…우대·기후동행 돌려쓰기 집중 단속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부정승차에 법적 조치를 병행하고, 우대용·기후동행카드 부정사용에는 과학적 단속 시스템을 도입했다.7일 공사는 부정승차를 단순 위반이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로 간주해, 소송부터 강제집행까지 끝까지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지금까지 130여 건의 소송을 진행했으며, 지난해에는 22건...
  6. 서울시, 외국인 대상 택시 바가지요금 100일간 특별단속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택시의 부당요금 요구, 승차거부, 불친절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100일간의 집중 단속에 나섰다.서울시는 여름 휴가철과 관광 성수기를 맞아 외국인 택시 민원을 해소할 특별 대책을 시행한다고 6일 밝혔다. 인천·김포공항, 명동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단속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승차거부...
  7. 신규 운면허 취득자 2년째 감소세…청년층 "기후동행카드면 충분"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가 2년 연속 급감하면서 전국 운전면허학원이 매월 2-3곳씩 폐업 위기에 처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신규 면허 취득자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80만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기후동행카드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업계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08만명이던 신규 운전...
  8. TS '오늘도 무사고' 캠페인 100일, 전국 안전문화 확산 성과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4월 30일 출범한 범정부 교통안전 캠페인 '오늘도 무사고'가 100일을 맞아 전국 14개 지역본부에서 232회 현장 캠페인을 실시하고 1만2천여 명의 국민이 참여하며 전국적인 교통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번 캠페인이 기존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교통안전 홍보에서 벗어나 ...
  9. 8.15 광복절 세종대로 18시간 전면차단…폭주차량 특별단속도 서울경찰청은 제80주년 광복절 기념행사로 인해 15일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18시간 동안 세종대로(적선로~세종로) 일대를 양방향 전면 통제하고, 동시에 폭주·난폭운전 차량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11일 밝혔다.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세종대로 등 교통통제는 총 3단계로 나눠 실시된다. 1단계는 지난 10일 오전 0시부터 16일 오후 ...
  10. ‘나중에 돌려드릴게요’ 복지이직금 900억 미지급…서울개인택시조합, ‘폰지 사기’ 논란 서울개인택시조합의 복지이직금 제도가 회비에 의존한 순차 지급 방식으로 운영되며, 누적 미지급금이 900억 원(2025년 8월 기준)을 넘어섰다. 신규 회비로 기존 수급자의 이직금을 충당하는 구조가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는 지적 속에, 이사장 교체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제도 개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복지이직금은 개인택시 기사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