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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산업부, 자동차연비 검증 결과 왜 다른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4-06-30 2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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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모호한 결론으로 불신 가중…차업계, “업계 이미지만 손상”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6일 같은 차종에 대해 각자 다른 연비 검증 결과를 내놓았다.

국토부는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가 허용오차 범위 5%를 넘었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산업부는 정반대로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정부는 지난 2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자동차 연비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를 가졌다.

이날 합동브리핑에서 정부는 산업부와 국토부 양측의 연비조사 결과를 모두 인정했다. 어느 한 부처의 조사결과만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최종 결론이라고 밝혀 결국 부처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정부가 동일 차량의 연비에 대해 통일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차관보는 “현재 법령상으로 보면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과 자동차관리법의 연비와 관련돼서 측정한 근거가 있고 절차와 기준이 있다”며 “그것을 사전적으로 통일하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행정부의 불찰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싼타페 2.0의 신고연비와 실제연비를 측정했을 때 국토부의 자동차안전연구원 검증에서는 -6.3%의 차이가 생겼고, 산업부의 석유관리원에서 검증에서는 -4.2%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쌍용차 코란도S는 각각 -7.1%, -4.5%의 차이가 있었다.

◆서로 다른 연비검증 결과 왜?

자동차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산업부가 각자 다른 연비 검증 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해 측정기관, 시험설비, 측정 과정, 주행 환경 등 연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변수 중의 하나로 신차를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하는 차량 `길들이기' 작업이 꼽힌다.

실제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시험에 앞서 싼타페를 길들이기 한 주행거리는 4000㎞였지만 산업부 산하 석유관리원 시험 때는 3000㎞였다. 올해 재검증 때는 제작사의 의견을 반영해 길들이기 주행거리를 싼타페는 6400㎞로, 코란도스포츠는 9000㎞로 늘렸다.

길들인 주체도 달랐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차량을 구매해 직접 했지만, 석유관리원은 무작위로 선정·봉인한 차량을 제작사에 맡겨 길들였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길들였느냐에 따라 연비 시험 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험에서 시험실 환경이나 주행 속도 등이 기준치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도 연비에 영향을 준다. 가령 특정 구간의 시속이 0㎞로 정해져 있다면 허용오차(5%)를 넘지 않고 시속 5㎞ 미만으로만 가면 연비가 높게 나온다.

차대동력계 위에서 차량 주행시험을 할 때 운전자가 정해진 주행 패턴을 전혀 오차 없이 수행하기 어려워서 운전자에 따라서도 연비가 차이 날 수 있다. 주행 시 공기저항 수준도 변수가 된다. 시험실 온도도 마찬가지다. 온도가 높아지면 연비가 올라갈 개연성이 크다. 시험 전에는 12시간 이상 `온도 안정화' 단계를 거치는데 25℃를 기준으로 ±5℃를 유지해 차량을 12시간 이상 둬야 한다.

이번 연비 검증 작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시험 설비과 같더라도 누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조건으로 했느냐에 따라 연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문제는 그 차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판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연비 사후관리를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연비 측정방법과 판정기준은 양 부처 기준 중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향후 이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나 모호한 결론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과 우려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차업계, “어디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자동차업계는 정부가 발표한 자동차 연비 재조사 결과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는 공식 입장을 통해 정부 조사과정에서 빚어진 혼선과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현대차는 “정부내 두 부처가 1년에 걸쳐 2차례 조사를 시행했는데도 각각 다르게 나와 어디에 맞춰야 할지 매우 혼란스럽다”며 “이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고 밝혔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면 업계는 그대로 따르면 된다”며 “정부 부처간 기준이 달라서 생긴 혼선으로 업체의 이미지가 손상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여전히 정부 부처는 규제를 자신들의 밥그릇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처 간 밥그릇 싸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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