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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운전면허 취득자 2년째 감소세…청년층 "기후동행카드면 충분" 2024년 10월까지 전년比 10% 추가 감소 전망…7년새 108만→80만명대로 수도권 청년층 대중교통·PM 선호에 운전면허 필요성 못 느껴 매월 2-3곳 운전학원 폐업…"구조적 위기" 경고 하목형 기자 2025-08-08 08:53:43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가 2년 연속 급감하면서 전국 운전면허학원이 매월 2-3곳씩 폐업 위기에 처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신규 면허 취득자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80만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기후동행카드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업계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가 2년 연속 급감하면서 전국 운전면허학원이 매월 2-3곳씩 폐업 위기에 처했다. (사진=서울시내의 한 운전면허시험장)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08만명이던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2023년 96만 8천명으로 줄었다. 2024년 10월까지의 집계를 보면 전년 대비 약 10% 추가 감소해 80만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7년 만에 20만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구조적 변화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한 대중교통 기피 현상과 배달업 성장 등으로 면허 취득자 수가 107만명대를 유지하며 보합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를 일종의 '착시' 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이 종료된 2022년부터는 뚜렷한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특히 2023년과 2024년 연속 감소는 업계에 경고등을 켜고 있다.


연령대별 분석을 보면 청년층의 면허 취득 포기 현상이 두드러진다. 2019년 대비 2023년까지 10·20대 신규 면허 취득자는 약 13.5% 감소했으며, 전체 감소 규모의 98%를 10·20대가 차지했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10·20대 인구 감소율은 약 7% 수준에 그쳐 면허 취득 감소율이 인구 감소율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운전면허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가 월 6만 2천원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경제성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면허 취득비용 80만-90만원에 차량 구매비, 보험료, 주차비, 기름값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 소유 총비용은 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서울 합정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씨(23)는 "친구들과 얘기해봐도 굳이 운전면허를 딸 필요를 못 느끼겠다"며 "기후동행카드 하나면 서울 어디든 갈 수 있고, 급할 때는 택시나 카셰어링을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씨(27)는 "환경도 생각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스러워서 면허는 당분간 생각 없다"고 밝혔다.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의 급속한 보급도 자동차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일일 이용 건수는 2023년 기준 평균 15만 건을 넘어섰으며, 전동킥보드 업체들도 지속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활용해 지하철역까지의 라스트마일을 해결하거나, 근거리 이동 시에는 아예 대중교통 대신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 변화도 두드러진다. 과거 자동차가 성공과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면, 현재 젊은 세대에게는 환경 부담과 경제적 부담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젊은 세대일수록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동차 이용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유보다 이용에 가치를 두는 공유경제 문화도 자동차 구매 필요성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신규 면허 취득자 감소는 운전면허학원 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 관계자는 "불경기로 버티지 못하는 운전학원이 전국적으로 매달 두세 군데씩 폐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을 중심으로 폐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383곳이었던 전국 운전면허학원은 2023년 기준 344곳으로 줄어 5년간 39곳이 문을 닫았다.


운전면허시험장 (교통일보 자료사진)

지역별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면허 취득률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방의 경우 여전히 자동차의 필요성이 높아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지방 역시 청년 인구 자체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면서 면허학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2021년 실내 운전연습장을 개업한 A씨는 "작년 대비 약 15% 정도 매출이 줄어들 것 같다"며 "확실히 면허를 따려는 인구가 전체적으로 줄어든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실내 운전연습장이나 운전학원을 운영하는 분들도 다들 힘들다고 말한다"며 "불경기 영향도 체감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주요 고객층인 청년층의 면허 취득 포기가 학원 운영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도 면허 취득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운전선생 플랫폼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운전면허학원의 평균 수강료는 77만원으로, 2015년 39만 5천원에서 95% 급등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80만-90만원대로 더욱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면허 취득하는 비용은 서울 지역 기준 학원은 80만-90만원대, 실내 운전연습장은 40만-50만원대"라며 "인구 감소폭이 큰 데다 값이 만만치 않으니 '면허는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따자'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실내 운전연습장을 권리금 없이 양도하겠다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어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매출 급감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권리금 없이 양도한다"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2019년에는 국내 최대 운전학원이었던 서울 마포구의 성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마저 노사갈등을 빌미로 폐업한 사례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학원에서는 기존 승용차 면허 외에 이륜차 면허나 특수면허 과정을 확대하거나, 고령 운전자 대상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2024년부터 도입된 1종 자동면허나 자율주행차 교육 등 새로운 면허 제도 변화에 맞춰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수요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고령자 교육이나 특수면허 과정을 늘려봐도 전체 수요 감소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근본적으로 젊은 세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업계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사회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 도시화 진전, 환경 의식 확산, 공유경제 발달, 스마트시티 구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동차 중심 사회에서 탈자동차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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