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량 몰아주기로 기업수익 그룹 총수·가족이 독식
삼성그룹의 비 상장사인 삼성SDS의 기업공개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재벌그룹의 물류자회사 육성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삼성SDS가 상장 후 신업종인 물류사업을 키우려 한다는 소문 때문에 일각에선 삼성SDS가 현대기아차 그룹의 글로비스와 유사한 형식을 통해 정몽구·정의선 부자 기업인 글로비스에 이어 또 하나의 재벌그룹 물류 자회사가 출현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물류업계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재벌그룹 대부분은 수조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대형 물류 자회사를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의 글로비스, LG그룹 구본호씨가 대주주인 범한판토스, LS家 딸이 대표로 있는 태은물류, 최근 야구방망이 매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사장의 마이트앤메인 등이 있다.
또 김승연회장의 누나가 대주주인 한화그룹의 한익스프레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CJ GLS, 한솔그룹의 한솔CSN, 동아제약의 용마로지스, 삼성전자의 삼성전자로지텍, 롯데그룹의 롯데로지스틱스, 두산그룹의 세계물류, 동원그룹의 동원로엑스, 동부그룹의 동부익스프레스 등 재계 상위권 대기업 중 물류 자회사가 없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은 "물류 자회사 설립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한다. 기존 물류기업들이 자사 특성을 고려한 전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지분 구조가 대부분 친 인척과 가족들이 소유로 이들 기업들의 수익이 그룹 총수 혹은 가족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점이다. 특히 그룹 비자금이 불거질 때면 매번 거론되는 곳도 우연하게 대기업들의 물류 자회사들이어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들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자사 물량을 기반으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이런 점을 의식해 자사 물량이외에도 타 산업 물량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나 이는 극히 미미할 뿐이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의 경우 회사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봉쇄하고, 이를 가족과 친족 및 자신들이 대신 수행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잇다. 글로비스의 경우 정 회장 부자가 직접 출자해 설립해 그 수혜를 독식하고 있으며 지배주주 친족이 설립한 범한판토스, 태은물류, 마이트앤메인, 한익스프레스 역시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류사업은 해당 그룹이 존속하는 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특성 때문에 물류자회사를 운영하는 재벌그룹 오너 혹은 친족들 입장에선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사업이다. 운송전문가들은 "특별한 경영압박도 없고, 그룹 전체 물량 밀어주기 식으로 재벌그룹 소유주 혹은 친인척들에겐 딱 맞는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대다수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자체 운송 차량이 거의 없다. 하지만 서류만으로 자신들과 거래하는 운송업체에 화물을 위탁, 중간 주선료를 챙겨 손쉽게 수익을 챙긴다. 이 때문에 많은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이런 물류자회사를 설립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3자 물류 활성화 정책에도 역행하고 있다. 정부는 끊임없이 전문 물류기업들에게 아웃소싱을 해야 한다며 제 3자 물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시장은 물동량을 갖고 있는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확대로 점점 2자 물류시장으로 회귀하는 거꾸로 현상을 보이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들의 물류 아웃소싱 비중을 살펴보면 1991년 38%에서 2004년 80%로 증가했으며, 미국의 3자물류시장 역시 연평균 10.8%씩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제조기업이 물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운송전문가들은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로 인한 폐해를 벗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투명한 지배 구조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도 물류시장에 공정한 수익배분이 가능하도록 면밀한 시장 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