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도로안전시설 지침이 개정된 지 14년이 흘렀지만, 전국 고속도로 가드레일 4km 가운데 1km는 여전히 구형 안전 기준에 머물러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전국 고속도로 가드레일 설치 및 관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전국 고속도로 가드레일 총 연장은 4,836km로, 이 가운데 2012년 국토교통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 개정 이전 기준이 적용된 구간은 2,847km(58.9%)에 달했다.
도로공사는 2013년부터 구형 가드레일 교체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교체를 마친 구간은 1,660km(34.3%)에 그친다. 나머지 1,187km(24.6%)는 성토부 지반 조건 등을 반영한 강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노선별 편차도 컸다. 울산선은 총 연장 13km 전체가 종전 기준 가드레일이었고, 고창담양선은 40km 중 31km(77.5%), 대구포항선은 63km 중 47km(74.6%)가 구형이었다. 서해안선은 438km 중 314km(71.7%), 대전남부순환선은 20km 중 13km(65.0%)로 뒤를 이었다.
교통량이 많은 주요 간선도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구형 가드레일 잔여 구간은 중부선 147km, 중부내륙선 114km, 경부선 102km 등으로 집계됐다. 서해안선까지 포함하면 핵심 간선 대부분에 구형 시설이 상당 부분 남아 있는 셈이다.
실제 사고도 이어졌다. 2022년부터 2026년 9월까지 최근 5년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가드레일 관련 사고는 20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차량이 가드레일 등 시설물과 부딪치거나 뚫고 나간 '차-시설' 사고가 16건으로 80%를 차지했다.
대구시 북구 팔달동 경부고속도로 금호분기점 인근에서 달리던 버스가 가드레일을 뚫고 비탈면 아래로 미끄러져 소방관 및 구난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2026.4.6 연합뉴스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과 과속이 각각 6건이었고, 주시태만 3건, 차량 결함 등 기타 5건이 뒤따랐다. 운전자 과실이 주된 원인이지만, 사고 시 차량 이탈을 막는 가드레일의 성능이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시설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체 속도는 더디다. 같은 기간 가드레일 교체와 신규 설치에 투입된 예산은 총 484억 원, 연평균 97억 원이다. 이 예산으로 연평균 55km, 5년간 274km를 교체하거나 새로 설치하는 데 그쳤다. 이 속도라면 남은 1,187km를 모두 바꾸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도로공사는 구형 가드레일이 건설 당시 기준에 맞춰 설치됐고, 경과규정에 따라 의무 교체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한국도로공사는 가드레일 설치 당시 기준을 준수했고 법적 의무 교체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체를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이어 "고속도로 가드레일은 차량의 도로 이탈을 막아 대형 인명 피해를 예방하는 최후의 안전장치인 만큼, 기준 미달 가드레일에 대한 전수 점검을 실시하고 교체 예산을 집중 투입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