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의 정부조직 개편으로 '찬밥' 신세 전락
<전문인력 점차 감소…공무원들 기피부서 낙인>
국토해양부의 육상교통업무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적으로 교통정책만을 다루는 교통부가 지난 1994년 12월 건설교통부로 통합되고,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2월 또 다시 해양수산부의 일부 기능을 흡수해 국토해양부로 출범한 뒤 이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종전 '육·해·공'의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과시하던 교통부 소관 업무는 두번의 정부조직 개편을 거치면서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건설교통부 시절에 육상교통업무는 부동산 정책이 온 국민의 뜨거운 뜨거운 관심사인데다 정권의 사활에 큰 영향을 미쳐서 그런지 건설행정에 밀리면서 잘려나가거나 축소됐다.
또 국토해양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건설과 해양업무가 주축을 이룬 탓에 육상교통업무는 완전히 '찬밥' 신세로 전락된 분위기다.
우선 국토해양부 명칭만 봐도 그렇다. 해양은 교통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국토해양부보다는 국토교통부의 명칭이 올바르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에서 국토해양부의 이름을 채택한 배경은 종전 해양수산부의 반발을 의식한 것때문이지만, 무엇보다 힘의 논리가 작용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의 소관 업무는 크게 건설(1차관)과 해양(2차관)으로 나눠져 있으며, 육상교통행정은 해양(2차관) 소속 업무다. 과거 교통부 산하에 해양항만청이 있었던 점과 비교하면 주객이 뒤바뀐 셈이다.
일각에서는 교통부 시절 육상교통국장(2급 이사관) 직위가 실장(1급 관리관)으로 바뀌어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하기도 하나, 교통부시절 육상교통 관련 국(局)이 4개까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왜소해졌다.
일례로 과거 자동차 100만대 시대에도 존재했던 '자동차안전국'은 현재 교통정책실의 일개 팀으로 전락했다. 현재 전국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1700만대에 육박한 사실을 감안하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일이다.
정부내 육상교통업무 비중이 낮아진 이유는 전반적인 육상교통정책이 국가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육상교통행정의 상당부분이 각 지방자치단체로 이관·위임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육상교통산업이 사양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육상교통산업의 사양화에 따라 정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거세져 많은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고 의욕과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점도 육상교통업무가 흔들리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툭하면 업권 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벌이는 대정부 시위·집회, 업계 분쟁으로 인한 고소·고발 사건은 국토해양부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의 교통행정부서를 기피부서 제1호로 만들었다.
육상교통업무를 기피하는 국토부 직원들의 분위기는 전문인력이 육성되기는 커녕 그나마 남아있는 전문인력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인적교류라는 명분아래 건설·해양 출신 인사들이 대거 교통분야까지 '점령'하는 경우가 많아 어느 틈에 옛날 교통부의 맥(脈)은 사실상 끊어져 버렸다.
종전 건설교통부 시절에 육상교통행정의 책임자 자리인 생활교통본부장은 일년에 네번이나 교체된 일도 있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 교통전문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기도 하지만 최근 강영일 교통정책실장이 사표를 제출해 국토부 내에서 교통전문가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의 육상교통 서비스산업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사실은 이처럼 육상교통관련 업무와 직원들을 홀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앞으로도 국토부는 현행 직제상 육상교통보다는 건설·해양행정에 더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현재도 거대 부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기에 교통행정조직의 확대가 필요해도 더 이상 늘리기가 곤란하고, 또 상대적으로 건설·해양 조직이 작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애써 외면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갈수록 육상교통행정의 공백 내지 무관심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