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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급발진 의심사고, '제자리걸음'인 국토부
  • 하목형 기자
  • 등록 2023-10-10 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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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영 의원 "원론적인 '검토 중' 입장뿐…심각한 직무 유기"
  • 2010년 이후 급발진 의심 사고 787건…전기차 비중 늘어
  • 세계적 추세는 EDR 기록항목 늘리는데.. 국토부는 검토·협의만

반복되는 급발진 의심 사고에도 정부가 방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반복되는 급발진 의심 사고에도 정부가 방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료=허영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은 1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대한 자료 요구 회답을 확인한 결과 국토부가 제동 압력 센서값 기록 제도화, 페달 블랙박스 장착 추진 등 조치에 대해 여전히 검토 또는 협의 중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이를 증빙할 문서는 일절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가 숨지고, 운전자인 할머니가 형사입건된 사례 이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호언장담했던 후속 조치가 1년여가 되도록 아무것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차량이 불명확한 이유로 운전자의 제어에서 벗어나 폭주하다 사고에 이르는 ‘급발진 의심사고’는 지난 수년간 사고 당사자들의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 내용이 미디어를 통해 공개 및 확산되면서 꾸준히 화제가 되어왔다. 


특히 불특정 일반 운전자들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위험이라는 인식, 그리고 운전자의 과실이 아닌 차량의 결함임을 주장해도 차량 제조사에서 이를 부인하면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보상도 받을 수 없다는 심각성이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불안이 임계점에 달한 계기는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였다. 이 사고로 동승한 손주를 잃은 할머니가 형사입건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고, 아들 부부는 어머니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큰 반향이 일었다.


이에 사고발생지인 강릉이 포함된 강원특별자치도에 지역구를 둔 허영 의원은 소속 상임위인 국토위의 올해 3월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장관에게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동차 안전 소관 부처인 국토부가 사고기록장치(EDR)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허 의원의 촉구에 대해 원 장관은 EDR의 신뢰성과 수용성을 제고하고 급발진 조사 방식 자체의 개선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

이후 국토부는 언론을 통해 EDR 기록항목에 ‘제동 압력 센서값’을 포함하도록 하는 법령 개정안을 연내 입법예고할 예정으로 제조사와도 협의가 됐다고 밝혔으며,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제언해온 페달 블랙박스 역시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해왔다. 


국토부가 내놓은 제동 압력 센서값 기록 제도화, 페달 블랙박스 장착 추진 등의 조치는 모두 운전자가 제동 페달에 분명히 압력을 가했음에도 차량이 급가속했음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실현된다면 ‘급발진 의심사고’라는 추정이 ‘급발진 사고’라는 확신으로 바뀔 수 있다. 차후에는 입증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논의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허 의원은 "해당 논의의 진행 경과를 알기 위해 국토부에 설명자료와 공문 등 증거를 공식 요구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사고기록장치(EDR) 기록항목의 국제기준 수준 확대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단문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어디에도 제동 압력 센서값 언급은 물론 업계와의 협의 내용도 없었다"며 "페달 블랙박스 역시 설치를 권고하거나 업계와 협의 중이라는 짧은 설명뿐이었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이 같은 답변을 두고 "국가의 책무를 다하는 데에 충실했느냐는 질문에 면피를 위한 국토부의 공허하고도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강릉 사고 훨씬 전부터 국제적으로 차량 안전 강화를 위해 EDR 기록 항목 보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토부의 안이함을 지적했다.


국토부가 답변에서 언급한 국제기준인 ‘UN R160’은 지난 2021년 제183차 UN 총회에서 이미 승인된 규정으로, 사고기록장치 장착이 자율이며 필수기록항목은 15개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장치 장착이 의무이고 필수기록항목은 34개에 달한다. 


이후 UN R160은 유럽과 일본이 신속히 채택하여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와 비슷하게 기준을 운용하던 미국마저도 지난해에는 EDR의 기록시간을 5초에서 20초로 늘리고 기록간격도 더 촘촘하게 변경하는 입법예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최근 3년간 EDR 기록항목 변경 추진 현황’을 묻는 허 의원의 자료요구에도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단답만을 회신하는 것에 그쳤다.


허영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사고는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14년간 총 787건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9월까지의 접수분만 반영했음에도 21건을 기록하여 지난해 15건을 이미 앞질렀다.


해당 통계를 차량 사용연료별로 살펴보면 최근 3년 동안은 전기차의 비중이 상당히 늘었다. 2020년까지는 소수 차종이던 전기차가 2021년부터는 경유차, 휘발유차와 각각 비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허 의원은 "올해 9월 기준 승용차 등록대수가 2천 129만 대이며, 그중 전기차는 41만 대로 2%도 되지 못하는 실정임을 고려하면 전기차 보급 확산 추세에 따라 급발진 의심사고 문제 역시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의원은 “지난 수년간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급발진 의심사고에 대한 국토부의 구체적인 조치가 전무했던 것도 문제지만, 최소한의 노력이 있었음을 가늠할 그 어떤 내역도 없다는 것은 국토부의 심각한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DR 기록항목의 개선을 비롯한 급발진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조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국토부가 말이 아닌 행동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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