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를 향한 글로벌자동차업계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 등 탄소중립화를 위한 친환경차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고 자율주행차는 상용화를 위해 도로 위에서 시험 가동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짊어지고 나갈 국내 완성차·자동차부품업체들의 미래차 전환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14일 온라인으로 제21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열고 '자동차업계 경영 및 미래차전환 실태조사 결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9∼10월 조사전문업체 메기알엔씨를 통해 완성차·자동차부품업체 300개사, 자동차업계 종사자 405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등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응답 업체의 56.3%는 미래차의 핵심을 이루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분야에 진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차 분야에 진출은 했지만 수익을 실현하지 못한 기업 비율도 23.7%나 됐다. 응답 업체의 80%가량이 미래차 분야로 완전히 전환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미래차 분야 진출업체(131개) 중 제품 양산까지 5년 이상 소요된 기업의 비율은 35.5%였다. 미래차 전환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됨을 보여준다고 KAIA는 전했다.
미래차 관련 부품 1종을 양산하는 데 든 비용은 평균 13억1천400만원으로 조사됐다. 소요 기간은 평균 13개월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조사 때의 33개월에 비해 크게 단축된 것이다.
미래차 연구개발(R&D) 투자와 관련한 애로 요인을 묻는 말에는 가장 많은 47.3%가 '자금 부족'을 꼽았다. '전문인력 부족'(32.1%), '원천기술 부족'(13.0%) 등의 답변도 나왔다.
설비투자 관련 장애요인도 '자금 부족'이 77.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작년 응답 비율이 63.9%였던 것을 고려하면 자금 애로가 더 악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각종 규제'(9.9%), '미래 불확실성'(9.2%)을 꼽는 기업들도 있었다.
아직 미래차산업에 진입하지 못한 기업들의 진출 희망 분야는 '전기차 전용부품'(36.7%), '미래차용 공용부품'(30.2%) 순이었다. 기술난이도가 비교적 높은 '자율주행'(11.8%), '수소차 전용부품'(9.5%)을 선택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이날 '자동차업계 경영 및 미래차전환 실태조사 결과와 시사점'에서 추출된 주제로 온라인으로 개최된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탄소중립과 자율주행이 속도를 내면서 자동차 산업은 급변기에 처해있다"며 "특히 전기동력차는 부품수가 통상 대비 30%이상 적고 조립과정이 간결해 융복합 기술역량을 갖춘 노동력과 유연한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차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확대해가야 하지만 자금, 인력, 연구개발(R&D) 등 자원 확보조차 여의치 않다"며 "어렵게 투자를 실현해도 투자자금 회수엔 상당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해 불확실성만 쌓여가는 점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효과적 미래차 전환을 위해선 하이브리드차 등이 일정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하도록 정부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며 "노동력 축소나 생산유연성 확보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규제, 인식 등 사회 전반의 제도를 기술변화에 맞춰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산유연성은 기술로만 해결되지 않아 도급제도 활용 등 제도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며 "도급관련 불명확한 법규와 해석으로 인해 불법파견 위험성 속에 우리 기업들은 생산유연성을 발휘해가고 있지만 적어도 정상적 도급활용까지 불법파견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송희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책임위원은 "미래차 사업추진 관련 인력수요분야는 전기차 구동모터류 30.5%, 전기차 기타부품(공조, 인버터 등) 19.8%, 전기차 배터리 19.1% 순이었다"며 "배터리·자율주행에 집중된 미래차 인력양성 정책을 구동모터류 등으로 균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선제적 사업구조 개편 활성화 방안'과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 검토를 요망한다"며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미래차 생태계 조기 구축 차원에서 정부의 선제적 사업구조 개편 및 전환사업의 홍보와 기업 참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주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