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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블! 따따블!”?…차라리 택시요금 자율화하자
  • 이명철 기자
  • 등록 2021-08-11 08: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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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기존 요금체제 무력화

카카오택시 이미지 컷.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의 ‘스마트호출’ 이용 요금을 인상한 후 과거 택시를 빨리 잡기 위해 “타블! 따따블!”를 외치던 때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럴 바에는 아예 택시요금을 자율화해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부터 스마트호출 서비스에 탄력요금 방식을 적용했다. 스마트호출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배차 성공 확률이 높은 택시에 호출을 우선적으로 요청하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주중 1000원, 야간(0~4시) 2000원으로 고정돼있었지만, 이번 달부터는 택시 수급 상황에 따라 0~5000원 사이에서 추가 요금이 결정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수급에 따라 추가 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공급이 많을 경우에는 호출비가 오히려 기존보다 더 저렴해질 수 있다”며 “인상이 아닌 ‘탄력요금제’ 도입”이라고 설명했다. 

 

또 “택시 호출 미스 매치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며 “추가 요금의 일부를 택시기사가 가져가기 때문에 택시기사의 수입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6월 ‘플랫폼 중개사업자’로 국토교통부에 등록하며 중개요금 변경을 신고했다. 지난 4월8일부터 시행된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플랫폼 중개사업자는 중개요금을 정해 국토부에 신고할 수 있다.

 

이번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은 더 빠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측면에서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택시요금이 오르는 결과가 될 뿐 아니라, 그만큼 택시 이용의 편리함으로 연결될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기본요금인 3800원(주간 서울 택시 기준, 심야 4600원)에 갈 수 있는 거리도 수요가 많으면 호출비 5000원을 더해 8800원을 내야 하는 ‘배보다 더 큰 배꼽’ 같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택시기사가 호출비를 더 받기 위해 추가요금이 5000원까지 오르기를 기다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요금이 높아지고, 택시기사의 콜 거부 현상이 심화되는 등 장기적으로 택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시·군 단위 지자체의 물가대책심의위원회를 거쳐야 인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일반택시요금체계와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어 택시요금을 규제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택시요금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정하는 기준과 요율의 범위에서 운임이나 요금을 정해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에게 신고하도록 돼있지만 실제로는 신고가 아닌, 각 지자체에서 요금을 정한다. 

 

정부가 택시를 버스·지하철과 함께 대중교통으로 판단, 가급적 낮은 요금을 책정해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택시기사들의 생활고를 알면서도 요금을 엄격하게 억제한 것도, 서비스 질이 낮아도 국민이 감내해 온 것도 요금 부담이 커서선 안 된다는 택시의 공공성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택시요금은 정치 논리, 물가안정 논리가 자꾸 반영되다보니 실질적인 원가에 비해 낮게 책정돼왔다. 그리고 택시업계는 항상 정해진 요금으로 그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향 평준화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별다른 제재 없이 택시 공공성을 단박에 허물며 자유롭게 요금을 올렸다. 그동안 정부가 택시요금 통제를 왜 했는지 허무할 뿐이다. 

 

정부가 택시요금을 통제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에게는 사실상 택시요금 인상을 허용 내지 묵인하는 이중적인 정책 행태를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그래서 이럴 바에는 아예 택시요금을 자율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택시를 빨리 잡기 위한 요금 인상이 아닌,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요금 경쟁을 유도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택시 서비스의 주체는 카카오T 호출이 아닌, 손님을 모시고 운전하는 택시기사다. 카카오택시가 등장한 후 택시 이용 패턴이 ‘길거리 택시 잡기’→‘호출앱’으로 빠르게 달라졌지만 호출앱 이용으로 택시 본연의 서비스가 좋아졌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과속난폭운전, 불친절 등 기본적 서비스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국내 택시 시장은 호출 앱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질적 성장으로 향하는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카카오택시의 독점체제 아래 앞으로 긍정적인 경쟁을 통해 국내 택시 서비스 품질이 높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로지 카카오모빌티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요금이나 가격은 누군가 통제해서 될 것이 아니라 업체들이 각각 생각하는 서비스의 수준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른 업체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 만큼으로 정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택시를 타더라도 같은 거리/시간 요금이고, 서비스 수준은 예측불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존 택시요금체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마당에 굳이 택시요금을 통제할 명분도 이제 사라져버렸다. 이번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에 대한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면 정부의 무능과 전략 부재에 따른 규제 만능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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