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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무엇에 그렇게 쫓겼나…아쉬움과 씁쓰레함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9-12-15 13:35:11
  • 수정 2019-12-17 09: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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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안 필요성 의문...국회, 심의과정서 치밀한 논의도 못해



스쿨존에서 어른들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일명 민식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가중처벌 논란이 나오며 다수 운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회 법안 심의과정서 조금 더 치밀하고 충실했다면 하는 아쉬움과 씁쓰레함이 남는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여 사망한 김민식(당시 9)군의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안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2건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과속방지턱, 속도제한·안전표지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가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어린이 치사 사고 가해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치상 사고 가해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민식이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민식이 부모가 국회를 수차례 방문해 눈물로 호소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민식이 부모가 첫번째 질문자로 나서며 다수의 국민들이 법안 취지에 공감을 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회 입법이 급물살을 탔다.


법안은 여·야를 막론한 찬성표를 받아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그 뒤 운전자 처벌이 너무 지나치다는 네티즌들의 글이 잇따르고,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민식이법 개정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법안의 국회 통과 뒤에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스쿨존 내 과속 단속 카메라와 신호등, 과속방지턱, 속도제한·안전표지 등을 설치하는데 꼭 입법까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사항들은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예산 집행만으로도 실천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애초 민식이와 같은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것이 골자인 특가법 개정안도 민식이법이 아니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 과실 정도에 따라 기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충분히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과 마찬가지로 꼭 입법까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있는 법을 잘 활용하면 될텐데 또 다른 법을 만들어야 생색이 나는 것일까?


특가법 개정안이 형평성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교통사고 가해자는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으로 분류된다. 과실범인 교통사고 운전자를 살인이나 음주운전과 같이 고의행위가 포함된 범죄에 준하게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시속 30km라는 제한속도를 지켜도 사고가 나 어린이가 숨지면 안전 의무 소홀을 이유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되는데 다른 법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살인의 형량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형벌 비례성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법률심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개정 법안은 국회를 통과한 만큼 정부공포를 거쳐 내년 초 시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국 16000여 스쿨 존의 형태가 제각각이고 잘 알기도 쉽지 않은 곳도 있어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게 법을 어기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여 법 시행 후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명확한 기준 없이 가중 처벌 하는 조항은 국민 누구나가 범법자 대상이 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 정도를 따져 피해자의 과실이 큰 경우엔 사망 사고라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여러 가지 선택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은 입법 과정에서 법안 취지의 곡해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치밀한 논의가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당연한 결과다. ‘처벌보다 예방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탓도 있다.


그동안 여야는 도로교통법, 특가법, 주차장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개정 법안들을 놓고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가중처벌 논란을 빚고 있는 특가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채 몇 분도 심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의 고민은 없었으며, 상당수 의원들은 법안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투표를 했다.


법무부와 법원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엔 국회가 입법 재량에 따라 민식이법을 입법할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담았다.


사실 민식이법은 처음부터 눈길을 끈 것은 아니었다. 법안이 발의됐던 10월은 조국 이슈가 국회의 블랙홀이었다. 그러다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정부에 지시하고 국민과의 대화에서 여론이 쏠리면서 국회 입법이 급물살을 탔다.


국회가 민식이법을 심도 있게 논의하지 않던 상황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관심사항이라 국회가 서둘러서 한 측면이 있는데 그렇다면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면 하고, 관심을 안 가지면 안 할 것인가?


이처럼 성급하고 서둘러서 놓친 아쉬운 점들이 많다. 그래서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등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들을 모두 함께 모아 총체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각 법안들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가 법안 심의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치밀하게 논의했다면 개정안 통과 후에 논란이 남는 게 아니라 더 큰 개선이 있었을 것이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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