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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버스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비난여론 거세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2-09-14 08: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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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비 소지 다분…택시·버스업계만 옥죄는 법 개정?
“택시기사가 손님에게 안전띠를 매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특히 심야 택시 손님 중에는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취객이 많은데 안전띠 착용을 놓고 실랑이가 많이 붙게 생겼다.”

오는 11월 24일부터 시행되는 택시 및 광역급행형 시내버스, 시외버스, 전세버스 등의 모든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에 대한 택시·버스업계의 불만의 소리가 높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6일 이 같은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11월2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고 있다 적발되면 운전기사가 과태료 10만 원, 사업자는 과태료 50만 원을 내야 한다. 운전기사는 출발 전에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하도록 안내를 하고 착용여부를 확인해야 된다.

개정안은 환자·임산부 외에 부상, 질병, 장애, 비만 등 신체 상태에 따라 좌석 안전띠 착용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여객은 제외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각 기초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안전띠 착용 단속이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이 정작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택시조합 관계자는 “서울시내 택시의 평균 운행 속도는 40㎞ 안팎인데 많은 승객을 태우고 고속으로 장거리를 달리는 버스와 동일한 규제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비현실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전국개인택시연합회 관계자는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안전띠를 착용해 달라고 요구해도 거부하는 승객의 경우에는 대처방안이 없고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많다”며 “우선 안전띠 착용을 생활화하는 시민의식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업계도 비현실적이자 시비 소지가 다분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버스연합회 관계자는 “경찰이 지난 4월부터 자동차 전용도로 이용차량의 탑승자 전원의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도 잘 지켜지지 않아 ‘딜레마’에 빠져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실정을 무시한 채 더욱 강화된 안전띠 착용 의무화를 들고 나오니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시내·마을·농어촌버스를 제외한 모든 자동차의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위반 시에는 운전자에게 과태료 3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광역좌석버스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에 입석 승객들로 꽉 차, 법대로 단속하자니 시민 불편과 출퇴근 대란이 우려된다. 경찰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안전띠 단속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을 만들어놓고도 집행을 못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택시·버스 등의 모든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조치도 또 하나의 비현실적인 법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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