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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개소세 인하, 현대·기아차만 혜택?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2-09-11 16: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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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차 시장 독점 탓…차 가격 인하 선행 목소리 높아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내놓은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가 특혜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정책 혜택의 대부분이 현대·기아차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10일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통해 올해 말까지 자동차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를 1.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배기량 2000㏄ 이하 자동차에 매겨지는 개소세는 현행 5%에서 3.5%로, 2000㏄ 초과는 8%에서 6.5%로 각각 1.5%포인트 인하된다. 교육세(개별소비세의 30%)나 부가가치세(전체 금액의 10%)도 같이 인하된다.

이에 따라 승용차 구입가격이 차종에 따라 20만~150만원 낮아지게 됐다.

판매 가뭄에 시달렸던 자동차 업계는 11일부터 개소세 인하가 반영된다는 소식에 모처럼 바빠졌다. 특히 최근 최악의 내수부진을 절감했던 국내 자동차업계는 인하 후 가격을 전국 대리점에 공지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8년 자동차 세금인하 당시 보다는 작겠지만, 어느 정도 수요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3000만원짜리 자동차를 기준으로 개별소비세 1.5%가 인하되면 차값이 약 55만원 정도 저렴해진다. 차량 구입을 잠정적으로 검토해왔던 소비자들의 경우, 이번 기회에 자동차를 장만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요 진작 정책 혜택의 대부분을 현대·기아차가 독식할 것이라는 점은 정책적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73%(올 1~8월)를 현대·기아차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요 증대량의 상당 부분은 현대·기아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부가 국민 세금을 떼어다 대기업에 헌납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08년 12월부터 2009년 6월30일까지 개별소비세와 취·등록세 인하(30%) 조치로 현대·기아차는 큰 혜택을 보았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판매량이 다소 상승하기는 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작은 만큼 매출액은 크게 늘지 않았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산업계 전체로 골고루 확산되지 않고 특정 기업에 쏠리면 내수 진작 효과는 정부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적어진다. 지난 2008년 정부가 자동차 세금을 인하했을 때에도 대부분 혜택이 현대·기아차에 집중되는 바람에 국가 경제 전체에 돈이 도는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일부 차종은 가격을 높게 매겨 판매가 부진한 측면이 있고 어떤 방법을 쓰든 가격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 역할을 떠맡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 진작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특별소비세 인하에 앞서 자동차 가격 인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는 국민 세금으로 현대·기아차 마케팅을 지원하는 수준”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해 대기업인 현대·기아차도 고통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승용차 개소세 감면이 경기부양 효과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2008년과 2009년에도 했다”며 “승용차 개소세 인하 등과 관련해 특정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특정기업을 위한 대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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