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동차 운전석에서 내려오다 떨어진 사고도 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주차 중인 화물트럭 운전석에서 내려오다가 떨어져 사망한 사고도 자동차보험 자기신체사고(자손사고)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지난 2010년 7월, A씨는 시동을 켠 채 자신의 25톤 화물트럭을 잠시 세워두고 1.5m 높이의 운전석에서 하차하다가 떨어져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고 뇌수술을 받았지만 이틀 후에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자손사고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회사는 약관상 보상하는 손해가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사는 약관상 자손사고에 해당하려면 '차량의 소유·사용·관리 중에 차량의 사고로 인해 발생할 것'을 충족해야 하지만 이 사고의 경우 정지된 차에서 A씨 본인의 실수로 미끄러져 추락했기 때문에 어떤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이 분쟁에 대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위원회는 보상요건인 '소유·사용·관리'에는 주행뿐만 아니라 그 전·후단계인 주정차 상채에서 문을 여닫는 것도 포함되고, 또 다른 요건 '차량의 사고'에 차량의 운행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운전석이 높아 다른 차량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면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이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인 만큼 자손사고에 해당된다고 봤다.
자손사고 약관엔 보험 가입자가 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가입자의 자동차 사고로 인해 죽거나 다쳤을 때 그로 인한 손해를 보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자동차 의무보험에는 포함이 안되며, 가입자가 따로 종합보험에 가입을 해야 적용받을 수 있다.
그동안 단순 하차사고는 본인과실에 의한 안전사고라는 이유로 자손사고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차량 구조의 특성으로 인한 사고도 자손사고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금감원은 이번 분쟁사례를 계기로 자손사고 보상처리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차량의 '소유·사용·관리'의 개념에는 주행뿐만 아니라 그 전후 단계인 주·정차 중인 경우도 포함해 그 기준을 명확히 했고, 사고의 원인을 내부요인(차량의 고유·부속장치 사용, 차체 구조상 사고발생위험이 높은 경우 등)과 외부요인(도로가 빙판·급경사면일 경우 등)으로 구분해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경우에는 자손사고로 인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손사고의 경우 워낙 사례가 다양해 모든 분쟁을 해결하기 곤란했었다"며 "이번 조치로 사고내용은 동일한데 회사별로 처리결과가 다르거나 명확한 근거 없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