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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의 호소’ 정부, 왜 외면하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2-06-21 14: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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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문제 해결 의지 가지고 있는지 의심
전국 택시업계 노사 5만 명이 2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이날 하루 전국의 택시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택시 노사는 택시 생존을 위한 대책으로 ▲LPG 가격 안정화 ▲택시 연료 다양화 ▲택시 감차 보상대책 마련 ▲지역별 택시요금 현실화 ▲택시 대중교통 법제화 등 5대 사항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전례 없는 대규모의 시위도 그렇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택시 문제는 대선정국까지 계속 이슈화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렸던 택시산업은 이제 사양산업으로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지하철의 확충, 자가용 증가, 대리운전 성행 등으로 택시 수요는 계속 감소된 반면, 지자체의 선심성 택시 증차가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택시 25만 대(법인 9만대, 개인16만대) 중 20%인 5만 대가 공급 과잉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택시 연료로 사용되는 LPG 값은 10년 새 2.8배, 최근 3년간 28%나 올랐다. 차량가격은 20%, 인건비도 약 10% 올랐지만 택시요금은 3~4년째 동결됐다. 승객은 줄고 비용은 계속 오르자 거리에 빈 택시가 넘쳐나고 있다.

회사택시나 개인택시 운전기사 모두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도권에선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해야 월 120만~130만원, 지방의 경우 손님 자체가 거의 없어 100만원 벌기도 어렵다. 이 돈으로 어떤 수준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매일 라면만 먹고 기본적인 주거비와 교통비를 해결할 수 있을는지도 의심된다.

이처럼 열악한 택시의 근로 현실에서 친절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단순히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택시를 보다 안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택시산업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택시업계의 요구사항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의 처사를 보면 이해 못할 일도 많다.

우선 LPG가격 문제만 보더라도 대기업인 LPG공급사를 두둔하는 인상이 짙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LPG가격은 2000년부터 자율화된 품목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LPG 공급사들은 매년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도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원가공개 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LPG는 과거 정유사들이 정제과정에서 버리던 것을 택시업계가 연료로 쓰기 시작한 것”이라며 “현재도 국내 생산분이 상당한데 이런 부분은 놔두고 수입분만 따져 원가를 책정하는 것인지 생산과 수입, 유통과정 등에서 여러 가지가 의혹투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LPG공급사들은 가격 담합 사실이 적발돼 지난 2010년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려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처럼 가격 담합 등 독과점의 폐해를 안고 있는 LPG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택시의 연료 다변화는 시급한 입장이지만 정부는 택시의 연료 다변화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은 LPG 외에 CNG(압축천연가스), 클린디젤,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다양한 친환경 연료와 차량을 택시에 활용하고 있으며 정부가 부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LPG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CNG나 연비효과가 높은 클린디젤을 대체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CNG차량 개조비용 50%를 지원하고 있고 경기도와 서울시도 CNG택시 보급을 위해 관계부처에 건의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CNG택시의 안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클린디젤 택시에도 LPG택시와 동등하게 면세 혜택을 부여해 택시의 연료선택권 확대를 추진했으나 이 역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 정부는 택시와 동일한 자동차운수업종인 버스에 대해 차량 연료로 경유와 CNG를 사용토록 하고 화물 역시 경유와 LPG를 사용토록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이와 달리 택시에게는 LPG만 사용토록 세제지원을 하고 있어 연료 선택권이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 법률 제정도 국토해양부가 어려움을 표하고 있어 택시업계의 지속적인 건의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이다.

택시도 버스,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대중교통수단이다. 또 대중교통수단 여부를 떠나 택시문제 해결은 정부의 의지에 달린 것이지만 정부는 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택시요금 현실화 문제는 투명한 경영 원가 분석의 제도화를 전제로 정례적인 요금 조정을 통해 원가 보상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노사정,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이 참여해 투명하게 요금 인상을 결정하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각 지자체들은 일단 손사래부터 치고 있다. 물가인상에 미치는 영향때문이라면 버스와 지하철 요금 인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택시는 정부 물가안정시책의 희생양인가?

공급 과잉 택시 문제도 정부는 왜 손을 놓고 있는 것일까? 감차보상 대책 이외에도 개인택시 면허 정년제 도입, 택시 운행관리 강화를 통한 불법택시 퇴출, 한시적인 지역별 공급 중단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른다면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만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20일 집회 및 파업은 하루 행사로 일단락됐지만 택시업계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 대규모 집회와 대선을 앞둔 12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앞으로 운행 중단에 대해선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택시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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