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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식…의원입법 발의 ’남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2-05-29 09: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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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대 국회> 정부 1693건, 의원 1만2119건 제출…의원 가결률 13.6%
 
18대 국회는 무려 1만3912건에 이르는 엄청난 법안을 쏟아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이 12%인 1693건, 의원이 제출한 것이 나머지 1만2119건이다.

이들 법안 중 17%, 2353건만 가결됐다. 정부 제출 법안의 가결률은 40.8%, 의원입법은 13.6%였다. 의원 제출 법안 중 폐기된 것은 4127건, 철회된 것이 503건이었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법안을 만들어낸 결과다.

정부도 정부지만 300명 국회의원들은 1인당 평균 40건의 법률안을 제출했다. 법안을 제출하는 데 필요한 의원 수는 10명 이상이다. 그러나 보통은 20명 이상의 의원이 공동발의한다. 서로 ‘품앗이’ 발의하는 셈이다. 날치기라도 벌어지면 무슨 법이 끼워 팔리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100건 이상의 법안을 발의한 의원도 10여명에 달한다. 자유선진당의 L모 의원은 무려 349건의 법안에 이름을 올렸고 민주통합당의 K모 의원도 196건의 법안에 도장을 찍었다. 자기가 서명한 법안을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회의 법안 발의는 지난 김영삼 정부 때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5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모두 1951건이었다. 14대보다 116% 늘어났다. 16대에 들어서는 여기서 다시 28% 늘어난 2507건을 기록했고, 노무현 정부 집권기인 17대에서는 전기보다 무려 3배나 늘어난 7489건, 18대 들어서는 여기서 또 두 배 늘어난 1만4000건을 기록했다. 유례없는 법안 홍수 사태가 터진 것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가결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김영삼 시기인 15대의 57%에서, 김대중 시기에 38%로, 노무현 집권기에 26%로 낮아졌다. 이제 17%까지 뚝뚝 떨어졌다. 다음 국회에서는 10% 이하가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예상한다.

법도 아닌 법이 법의 이름 아래 무더기로 쏟아졌다. 심지어 요즘은 로펌들이 법안을 만들어 주는 소위 청부입법 도급입법도 유행이라고 한다. 지역과 이권 단체들이 특정 법안을 강요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입법의 타락은 법에 대한 존경심을 약화시킨다. 법률에 불복해 위헌을 다투는 소송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원들의 무더기 법안 제출에 의원별로 법안 제출 건수에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한때 법안을 많이 발의하면 좋은 국회의원이라고 칭찬하던 시절도 있었다. 시민 단체들은 의정활동을 평가하면서 법안을 많이 발의한 사람을 우수 의원으로 꼽았다. 입법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었다. 경실련 같은 교수단체들까지 그런 무식한 평가를 해왔다. 경실련은 최근 들어서야 질적 지표를 의원 평가에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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