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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버스파업은 끝났지만…준공영제 ‘딜레마’
  • 이호돌 기자
  • 등록 2012-05-19 11: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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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회사 적자 시가 다 보전해주는데” 노사 사실은 같은 입장
서울 시내버스의 파업은 18일 새벽 4시로 예정된 파업시한을 40분 넘겨 극적 타결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파업 예정시간인 새벽 4시를 30여분 앞두고 협상장을 전격 방문, 허리를 숙였고 깨졌던 교섭은 재개됐다. 그리고 1시간이 약간 넘은 뒤 노사 양측은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막판 극적 타협으로 파국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찜찜한 구석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 2004년 준공영제 시행 이후 현재까지 매년 2~30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버스회사에 쏟아 붓고 있다. 준공영제에 따라 운송비를 제외한 버스회사의 적자를 시가 매년 전액 메꿔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마다 막대한 혈세를 지원하는 데 비해 그 결과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버스회사의 경영합리화나 사내버스 서비스 수준 개선 등 당초 정한 정책목표 중 뚜렷한 성과로 내세울만한 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준공영제 실시로 버스회사의 배만 불렸다”는 원색적인 비난이 계속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가 적자 전액 보전…노사 대립 사실은 ‘쇼’?

서울시가 버스회사의 적자를 전액 보전해 주는 상황에서 버스회사가 경영합리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맬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덕분에 운전종사자들의 임금도 매년 안정적으로 올라갔다. 임금인상으로 인한 회사의 적자는 시가 보전하기 때문에 운송사업조합이나 노조 모두 극한 대립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준공영제가 본래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버스 감차 등 운영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지만 준공영제 개선에 노사 모두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해결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번 임금협상과정에서도 시의 입장은 매우 모호했다. 외견상으로는 사측의 적자를 메워준다는 점에서 시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듯 했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했다.

시로부터 적자를 보전 받는 사측의 태도는 더욱 이상했다. 형식적으로는 시와 조합이 노조를 상대하는 2대1구조였지만 실제로는 조합과 노조가 연합해 시에 맞서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이런 모순의 근원에는 역시 준공영제가 있다. 이번 임금협상에서도 서울시는 200대의 버스 감차계획을 적극 추진했으나 조합측은 시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조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에서 노사 모두가 강력히 반대했다.

당장의 목표는 달랐지만 시가 적자를 보전해주는 현재의 구조가 깨지길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사의 입장은 같았다.

□노사협상이 아니라 노사가 연합해 서울시 공격

이런 모습은 이번 임금인상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16일부터 협상장 주변에서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임금 3.5% 인상+무사고 포상금 5만원 지급)에 “시가 자리를 박치고 나가 협상이 깨졌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조합도 노조도 이같은 사실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사실상 이때 이미 조합과 노조 모두 임금인상에 묵시적 합의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차피 시가 적자를 보전해 주는 상황에서 중재안에 따라 합의를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민의 혈세로 매년 막대한 예산을 버스회사에 지원하면서도 정작 임금협상 테이블에서는 들러리에 불과한 것이 서울시가 처한 현실이다.

□파업 제한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서울시는 교통환경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키 위해 준공영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09년 기준 서울 시내버스의 수송분담률은 27.8%. 지하철의 35.2%에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시내버스의 수송분담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펴낸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버스 노선은 368개, 운행차량은 7548대다. 그러나 연구원측이 산정한 적정 운행 대수는 6200대로 현재보다 1300대 이상을 줄여야 한다.

연구원은 버스 운행 대수 감축 외에도 ▶버스회사의 대형화를 통한 노선 조정 ▶서울시의 관리권한 강화 ▶파업 제한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준공영제’ 개선 대책으로 제시했다.

서울과 경기·인천을 거미줄처럼 잇는 수도권 광역철도 네트워크가 완성되는 2020년께가 되면 대중교통의 중심은 지하철과 철도가 맡게 된다. 여기에 각 시.도가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전철 및 도시철도사업을 고려할 때 버스체계의 개편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사안이다.

이를 위해 시가 최소한 노선 조정권만이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시는 관리감독권을 행사해 시내버스 노선 조정을 유도할 수는 있어도 임의로 노선을 바꿀 수는 없다.

관련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시내버스를 철도, 항공과 같은 특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 파업 제한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있다.

시내버스가 비록 민간회사의 소유기는 하지만 대중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금인상을 이유로 시민의 발목을 잡는 일 만큼은 시정돼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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