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15시간 이상 일해도 수입 시원치 않아 ‘용돈 벌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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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택시가 국민의 교통수단이 아닌 노년층의 ‘용돈 벌이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15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실직자 중 상당수가 개인택시로 몰려들고 있으나 수입이 시원치 않아 노후의 ‘용돈 벌이용’에 불과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및 희망퇴직 등으로 실직자들이 늘어난 데다 재취업도 쉽지 않고 창업하기도 불안해지자 개인택시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의 인생’을 꿈꾸며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해도 녹록치 않은 현실에 후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올해 초 개인택시를 구입한 K씨(55)는 “대출을 받아 차량과 면허 구입에 1억원 넘는 돈이 들였지만 생각과 달리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해도 수입이 시원치 않다”며 “무작정 큰 돈을 들여 개인택시를 시작한 것이 후회될 뿐”이라고 말했다.
실직자들이 개인택시로 몰려드는 반면, 수입 감소로 개인택시를 양도하는 사업자들도 늘어나면서 개인택시 면허 값(프리미엄)은 춤을 추고 있다.
현재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 프리미엄은 6600만~7000만원으로 8000만원대까지 육박했던 지난해 말에 비해 1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가격이 춤을 추면서 개인택시를 매개하는 브로커들도 활개를 치고 있어 개인택시매매 시 주의가 요망된다.
개인택시 면허를 사기 위해서는 영업용 택시를 3년 이상 운행하는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춰 구청에서 인가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프리미엄과 차 값까지 고려하면 1억원 이상 필요하다.
실직자들이 개인택시로 몰리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택시 영업도 부진할 수밖에 없어 ‘상품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실직자가 늘어나고 소자본 창업도 쉽지 않기 때문에 개인택시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개인택시를 구입한 B씨(60)는 “조그만 식당이나 제과점을 하더라도 1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들어가고 있으며 그나마 전부 날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 ‘용돈’이라도 벌 생각에 개인택시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택시가 영업수단보다는 노후의 ‘용돈 벌이용’ 성격이 강해지면서 개인택시 사업자의 연령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개인택시 운전기상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택시 운전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지면서 30~40대 유입이 적어지고, 노후에 용돈 벌이용으로 개인택시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택시의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비나 눈이 오는 등 기상이 좋지 않은 날이나 심야에는 운전을 기피해 정부의 택시면허발급 취지를 퇴색케 하고 있다. 또 운동신경 저하와 순발력 부족으로 차선변경 때나 야간에 사고를 내는 일도 많으며 택시강도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