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들 거의 물류 자회사 소유…전문 3자물류기업들 생존기반 ‘흔들’
한동안 유행처럼 몰아치던 물류 아웃소싱 비율이 주춤해지고 있는 가운데, 물량 밀어주기에 나선 대형 제조사들의 물류 자회사들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국내 산업시장을 한순간에 멈춘 화물연대 파업의 근본원인을 다단계 물류구조 때문으로 보고, 그동안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물류기업 육성을 위해 물류 아웃소싱 확대정책을 폈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물류시장은 한동안 물류아웃소싱 시장이 확대되다가 다시 자가 물류로 회귀, 시장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3자 물류시장은 서비스 단가가 크게 떨어진데다 대기업들의 물류 자회사에 일감 밀어주기로 중견 3자 물류기업들의 어려움은 고착화되고, 대형 물류전문기업들 조차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물류 자회사 성장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들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의 물류서비스 형태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 물류기업으로써 글로벌 네트워크과 시설, 장비, IT등을 갖추지 않은 채 모기업 물량을 기반으로 하청에 재하청을 주며, 물류다단계 형태의 운영으로 수수료만 챙기는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은 모기업 물량을 제외하면 수익기반을 만들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전자로지텍, 롯데그룹의 롯데로지스틱스, 범 LG기업인 범한판토스 등의 물류자회사들의 모기업 물량비중은 90%를 넘는다. 현대기아차그룹 물류자회사인 글로비스의 경우도 사세를 키우며, 모기업 물량을 기반으로 한 매출이 2조6810억원(45.9%)에 달해 전문 3PL기업들이 생존기반을 침해받고 있다.
재계 상위권 대기업 중 물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매출 2조 원대를 육박하는 삼성전자 물류자회사 ‘삼성로지텍’을 시작으로 LG그룹의 범한판토스, 하이로지스틱스, 현대기아차그룹의 글로비스, 롯데그룹의 롯데로지스틱스, 한화그룹의 한익스프레스, 웰로스, 두산그룹의 세계물류, 동원그룹의 동원 로엑스, 한솔그룹의 한솔CSN, 동부그룹의 동부익스프레스, 동아제약의 용마로지스 등이 있다.
이밖에 동국제강 역시 계열사인 국제통운과 동국통운 등을 중심으로 종합물류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며, 현대중공업, 농협, LS전선, 효성, GS그룹 등도 물류 계열사 설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100위권 기업 중 몇몇 공기업과 포스코, 코오롱과 금융그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조 및 유통그룹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물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물류자회사를 한진그룹에게 매각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한통운을 CJ그룹에 팔면서 각자의 핵심 고유 업종으로 회귀했지만,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대형 화주기업들의 물류 자회사들은 시장 곳곳에서 일감 몰아 받기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처럼 대형 제조기업들이 물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기업 특성상 자회사를 둬 신속한 서비스대응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재벌 총수 일가의 물류사업 부당내부 거래다.
물류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물류자회사는 해당 그룹이 존속하는 한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기업 오너의 처지에서는 손쉬운 사업에 불과하다”며 “재벌그룹 오너 일가의 대주주형태가 계속되는 한 세계적인 추세와 별개로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