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는 놓였는데 다닐 기차가 없다.
복선 전철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중앙선 청량리~덕소 구간과 고속철이 투입될 예정인 전라선(익산~순천) 구간 이야기다.
청량리~덕소 구간의 경우 1997년 노반공사가 시작돼 올해 말 끝난다. 당연히 개통 시점에 맞춰 철도 차량을 투입돼야 하지만 철도 운영을 담당하는 철도공사는 내년 말에나 신규 차량 70대를 투입할 예정이다. 차량 제작에 최소 18개월이 소요되는데 지난해에야 예산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한두 해 전에 결정된 사업도 아닌데 왜 개통에 맞춰 열차를 준비하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철도공사를 비판했다.
결국 철도공사는 용산~성북 구간을 운행하는 차량을 긴급 투입해 연말부터 운행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신설 구간은 물론 기존 구간에서도 배차 간격이 길어지고 만원 지하철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전라선 쪽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내년 말이면 익산~순천 구간의 전철화 사업이 일단 완료되지만 투입할 고속철도 차량은 2007년 10월 이후에나 준비된다. 3천738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철도가 10개월 이상 무용지물이 될 상황이다.
또 이 구간 중 철로 상태가 좋지 않은 익산~신리 구간을 곧게 펴 복선화하는 작업을 한 뒤 전철화 사업을 하는 것이 순리인데, 고속철을 조기에 투입하자는 여론에 밀려 전철화 공사부터 진행, 예산 249억원이 낭비되고 있다.
모두가 철도시설을 건설.관리하는 철도시설공단과 철도운영을 맡고 있는 철도공사간에 손발이 안맞아 발생한 일이다.
11일 감사원은 철도시설공단에 대한 재무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이처럼 철도사업을 주먹구구로 펼치는 바람에 1천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철도사업 파행운영에 대해 건교부,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관계 기관에 개선책 마련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