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가 판매 부진의 늪에 빠져 급기야 공장 부분 가동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11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최근 판매 급감의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사적인 내부 조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조정을 위해 지난 6일에 이어 11일 가동을 중단한 르노삼성차는 오는 20일, 30일에도 공장을 쉬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가동을 중단한 이후 불과 4개월 만이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800대다. 르노삼성차는 이달 중 모두 4일 동안 생산을 중단해 총 3200대의 감산이 이뤄지게 된다.
앞서 르노삼성차는 주력 모델의 판매 부진으로 2011년 12월에도 공장 가동을 10일간 중단한 바 있다. 또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은 지난 1월부터 없어졌고, ‘8시간+8시간’ 형태의 2교대제로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10월 이후 전년 동월 실적을 넘지 못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내수 4788대, 수출 8143대 등 총 1만293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2.4% 감소했다. 1분기 내수 판매와 수출도 각각 40.8%, 22.0% 줄어들었다.
르노삼성차의 판매 부진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상품성이나 디자인이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으며, 동급 차종과 비교할 때 엔진 성능이 연비, 출력, 토크 등에서 모두 밀린다”고 지적했다.
실제 ‘SM5 2.0 가솔린 모델’을 동급의 현대차 ‘쏘나타 2.0 가솔린 CVVL’과 비교하면 가격은 비슷하지만 최고 출력, 최대 토크 등은 모두 밀린다. ‘SM7 2.5 가솔린 모델’도 현대차 ‘그랜저HG 240’과 가격은 별 차이가 없지만 연비, 최대 출력, 최대 토크 모두 그랜저에 밀린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한 회사가 지난해 7월 국산 승용차 42개, 수입차 50개 모델의 디자인 평가 설문을 한 결과, 르노삼성차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개발하는 데에 실패했다”며 “차종도 4개(SM3, SM5, SM7, QM5 등)밖에 안 돼 한두 차종이 흔들리면 회사 전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라며 “하반기에 ‘SM3’, ‘SM5’ 부분 변경 모델이 나오지만 신차는 2014년에야 나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르노삼성차의 주력 모델인 SM3와 SM5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된다”며 “현재의 상황은 좋지 않지만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