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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유발금 22년간 요지부동인데…깎아주기까지!
  • 김봉환
  • 등록 2012-03-07 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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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과 미비한 '자전거 거치대'만 설치해도 감면
주변 지역 교통 정체를 유발하는 건물에 부과하는 교통유발부담금이 지난 1990년 제도 도입 이후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은데다가 오히려 부담금이 감면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일 오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0년 도입된 교통유발부담금이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며 “소비자 물가상승률이나 자동차 등록 대수를 고려해 부담금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연합은 교통혼잡 유발도와 상관없이 시설물의 면적과 용도만 같으면 동일한 부담금을 내는 현재의 산정방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면적이 같다고 명동이나 시 외곽에 있는 백화점이 같은 부담금을 내는 것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들이 교통감축 프로그램에 참가할 경우 부담금이 줄어드는 부분도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의 2011년 교통유발부담금은 3억 8000만 원이었으나 실제 낸 부담금은 1/6도 안되는 6200만원이었다.

서초구 센트럴시티도 최초에 산정된 교통유발부담금은 8억 원을 조금 넘는 액수였지만 3억 원이 경감된 5억 원가량만 냈다.

교통유발부담금이 몇 배나 올라도 시원치 않을 판에 더 깎이는 이상한 현상은 해당 기업체가 '교통수요관리제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기업체 교통수요관리제도 프로그램을 얼마나 이행하는지에 따라 교통유발부담금을 최대 100%까지 깎아 줄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서 극심한 교통혼잡을 일으켜도,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지만 정해진 프로그램을 따를 경우 한 푼도 안 내도 된다는 얘기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백화점의 경우 2009년에 1억 5000만 원의 부담금을 냈지만 2011년에는 교통수요관리제도 프로그램에 따른 부담금 경감 조치가 적용돼 8500만원을 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교통유발부담금을 경감받는 프로그램들이 실제 교통량 축소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정부 지정 19개 프로그램 중에는 자전거 거치대 설치, 주변 교통환경개선, 출근버스 운행 등이 있으나 이는 자사 직원들만 대상으로 하는 등 직접적으로 교통량을 줄이는 데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토해양부나 서울시가 어떤 프로그램이 얼마나 교통량을 경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량적인 연구를 실시한 적도 없다. 사실상 주먹구구식 교통량 경감 프로그램이 교통혼잡을 일으키는 대기업들의 부담을 완화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불편함이 덜하면서도 교통량 축소에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 ‘자전거 거치대 설치’ 등 항목만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시는 2007년부터 교통유발부담금 인상 근거 마련을 국토부에 요청해왔으며 최근 부담금 부과기준 인상(㎡당 350원→1000원)과 국토부 제시 부담금 기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조정범위를 기존 2배에서 3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연구용역에 대한 최종 결과가 오는 4월 중 나오면 도시교통정비촉진법령 개정안 마련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교통유발부담금은 연면적ㆍ단위부담금ㆍ교통유발계수를 곱해 산출되며 국토부가 단위부담금과 교통유발계수를 지정하면 각 지자체가 조례에 따라 이를 각각 2배까지 강화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거둬들인 부담금은 약 86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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