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흑룡의 해 "다들 용꿈 꾸세요"
  • 강석우
  • 등록 2012-01-03 19:24:35

기사수정
  • 길상의 상징…'등용문(登龍門)' 입신출세의 관문 뜻해
 
2012년 새해는 임진년, 용의 해다. 십간(十干) 중 검은색에 해당하는 임(壬)과 십이지(十二支) 중 용을 가리키는 진(辰)이 합쳤으니 '흑룡의 해'다. 용의 해는 십간과 십이지의 조합에 따라 갑진, 병진, 무진, 경진, 임진의 순서로 육십갑자를 돈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면서 좋은 것은 죄다 모은 길상의 상징이다. 용꿈은 태몽 중 으뜸이요, 돼지꿈과 더불어 최고의 길몽으로 꼽힌다. 중국 황하의 용문협곡 거센 물살을 뛰어 오른 물고기가 용이 된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등용문'은 입신출세의 문을 가리킨다. 전통시대 한국인이 이승을 하직할 때 타고 가는 상여는 앞뒤로 용머리 판을 달아 저승길을 호위한다.

용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건만 용은 도처에 있다. 싸구려 백자 항아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용 그림부터 조폭의 넓은 등짝에서 꿈틀대며 남들 겁 주는 용 문신까지 많기도 참 많다.

중국 문헌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용의 생김새를 이렇게 표현한다. "머리는 낙타 같고 뿔은 사슴 같고 눈은 토끼 같고 귀는 소와 같고 목은 뱀과 같고 비늘은 잉어 같고 발톱은 매 같고 발바닥은 범과 같다." 위엄에 걸맞게 두루 갖췄는데 유독 코만 못 생긴 돼지코라, 용이 돼지를 싫어한다고 한다. 용띠와 돼지띠의 결혼을 꺼리는 속설이 거기서 비롯됐다.

용은 물에 살면서 변화무쌍 자유자재로 조화를 부린다고 한다. 중국 문헌 <관자(管子)>에 따르면, 번데기처럼 작게 오므라들었다가 천지를 덮을 만큼 부풀기도 하고, 구름 위로 솟구쳤다가 깊은 샘 밑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그 신통한 능력으로 물을 다스리고 구름과 바람을 일으키고 천둥 번개를 부려 비를 내린다.

하여 가뭄이 극심할 때면 용을 일으키는 기우제를 올려 비를 부르고, 어촌 주민들은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을 모시는 큰 굿으로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빈다. 24절기 중 유월 유두 풍속으로 논두렁에서 용신제를 지내고 용떡을 해 먹는 것이나 두레에 농악대가 나설 때 용 깃발을 앞세우는 것도 용이 비를 관장하는 물의 신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친숙한 용은 우리 조상들이 알던 용이 아니라 입에서 불을 뿜는 흉측한 괴물이다. 컴퓨터게임이나 영화에서 흔히 보는 이 용은 용을 악의 화신으로 보는 서양 문화에서 나왔다. 용감한 기사가 용을 물리치고 예쁜 공주를 얻는 동화나 기독교 수호 성인이 용을 죽인 이야기의 뿌리가 그것이다.

60년 만에 다시 돌아온 흑룡의 해지만 흑룡을 특별히 더 상서롭게 여기는 근거는 없다. 십이지 동물을 색깔과 연결해 길흉을 점친 예는 거의 없다. 일부 기업들의 흑룡 마케팅은 상술일 뿐이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져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미꾸라지가 용 되는 일이 많다. 올해는 다들 용꿈 꾸시고, 개천에서 용 나고 미꾸라지가 용 되는 경사를 맞으시길.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솟구치는 용처럼 힘차게, 하는 일마다 풀리고 뜻대로 이루는 한 해가 되시기를.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