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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형 택시' 왜 생기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1-11-15 07: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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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 공급과잉으로 과당경쟁…구조조정 적극 추진해야
부산에서 조폭형 택시조직 일당이 또 무더기로 검거됐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노포동 고속터미널과 도시철도 1호선 두실역 일대에서 '앞방연합파', '두사모파' 등 불법 폭력조직을 결성해 손님을 독점해온 택시기사 황 모 씨(57세) 등 63명을 적발했으며 6명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조직은 황 씨를 주축으로 2001년 9월 조직폭력배 추종 기사들을 규합해 조직을 운영했으며 조직원이 아닌 외부 택시의 영업을 고의적으로 막고 손님을 태우려는 다른 기사들을 집단 폭행했다.

조직에서 이탈한 택시기사들을 살해하려는 의도로 흉기를 휘두르고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도박장을 개설해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하니 생계형을 넘어 진짜 조폭을 닮아가는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부산지역에서 조폭형 택시조직이 적발된 것은 지난 8월 부산역 일대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부산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항, 철도역, 버스터미널 등지에서 조폭형 택시조직이 활개를 쳐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년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도 대규모의 조폭형 택시조직이 검거되기도 했다.

택시는 승객을 목적지까지 편안하고 빠르게 수송하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이런 택시 기사들이 폭력조직 형태로 뭉친 것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강력한 단속으로 뿌리를 뽑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다시는 조폭형 택시조직이 생기지 않도록 택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조폭형 택시조직은 수익과 직결되는 장거리 승객을 차지하려는 일부 택시 기사의 탐욕에서 비롯됐다. 어떤 의미에서는 생계형이자 자생적으로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자가용승용차의 증가와 지하철 확대 등으로 택시 수요는 갈수록 감소해 택시기사들의 수입 또한 이와 비례해 줄어들고 근무 환경도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해도 사납금과 연료비를 빼고 한 달에 150만 원 남짓밖에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택시 공급과잉→ 과당경쟁의 현실에서 이들에게 장거리 손님은 그야말로 '왕'이다.

이처럼 한정된 승객을 두고 택시들이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다 보니 급기야 장거리 손님을 독점하려는 조폭형 택시조직까지 낳게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또 다른 형태의 '조폭형 택시'가 나올 수밖에 없다.

낯부끄러운 택시의 현실을 생존 경쟁에 몰린 택시 기사들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장서서 감차 등 지지부진한 택시 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택시 폭력조직을 비롯해 승차거부와 난폭 운전, 불친절 등 고질적인 택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택시 과잉 공급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택시 서비스 향상을 아무리 외쳐도 소리없는 메아리에 불과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아무리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기사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택시 공급과잉 상태를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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