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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폭등에도 자가용 이용 줄지않는 이상한 나라?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1-07-17 21: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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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은 에너지 절감에 역효과
서울지역 평균 휘발유값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자가용승용차 이용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살기가 괜찮다는 이야기인가?

필자가 알고 있는 미국 교포 한 분은 한국의 높은 휘발유 값에 깜짝 놀라고 그 비싼 휘발유 값에도 불구, 거리의 그 많은 자가용승용차에 또 한번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기름값이 오르면 당연히 자가용승용차 운행이 줄어들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인간의 행태와 심리를 주로 다루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따르면 인간은 때론 합리적인 판단보다 비이성적인 습관에 따라 움직인다. 아무리 기름값이 올라도 자가용에 익숙한 사람은 자가용을 탄다는 것이다.

이런 습관이 바뀌어 자가용을 덜 타게 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이 때 정부가 하는 일이란 사람들이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가격에 순응해 행태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경제학은 가르친다.

MB정부 이전까지는 경제학의 이런 가르침을 따라왔다. 기름값이 오르면 그에 맞춰 기름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유도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정책방향이었다. 기름값을 낮추면 기름 소비가 늘어 에너지 절감에 역효과를 낳고 국제수지 악화를 초래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그러나 MB정부로 들어서면서 정책기조가 확 바뀌었다. 오르는 기름값에 정부가 나서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최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 이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섰다. 박 장관은 지난 11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휘발유 값이 ℓ당 2000원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기름값 상승에 따라 국민들이 기름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의 개입으로 기름값이 다소 안정될지는 몰라도 교통정체는 더욱 심해지고 에너지 절감은 뒷전이다. 그리고 추가로 생기는 기름값 등의 비용은 여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선진국들은 탄소배출량 저감과 교통혼잡 해소 등을 위해 자가용을 적게 타는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깎아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간 1만6000km 이하를 주행한 운전자에게 의무 보험료와 주행보험료를 최대 25%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영국은 연간 주행거리가 9600km 이하인 경우 기존 보험료의 최대 30%를, 프랑스는 4000km 이하인 경우 최대 45%를 깎아주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 정부의 역할은 인상되는 기름값을 막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절감 쪽으로 국민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교통혼잡 비용은 2005년 기준으로 6조190억원에 달했다. 교통혼잡에 따른 추가적인 연료비와 운전사의 인건비, 시간손실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서울시의 교통혼잡 비용이 2002년 5조3100억원에서 2005년 6조190억원으로 늘었음을 볼 때 지금은 최소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교통정체 때문에 추가로 들어가는 기름값도 만만치 않다.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서도 우선 국민들의 기름 소비를 줄여야 한다.

정부가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를 압박하거나 인상을 견제하는 것은 시장에 그릇된 시그널을 줘 국민들 스스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것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럼 기름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운수업계나 생계형 운전자들은 어떡하나? 이들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에너지 바우처(쿠폰) 제공으로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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