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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택시 '노후 대비용'으로 각광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1-05-13 17: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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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버 값' 꾸준히 올라 서울 7400만원대
개인택시가 '노후 대비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회사를 나온 퇴직자들이 창업이나 재취업보다 '노후 대비용'으로 개인택시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인택시의 프리미엄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및 희망퇴직 등으로 실업자들이 늘어난데다 재취업도 쉽지않고 창업하기도 불안해지자 개인택시 쪽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최근 팔려는 개인택시는 줄어든 반면, 사려는 사람들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얼마전 개인택시를 구입한 한 사업자는 "조그만 식당이나 제과점을 하더라도 1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들어가고 있으며 그나마 전부 날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 개인택시에 눈을 돌리게 됐다"며 "개인택시는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이 유지되고 있는데다 적은 수입이라도 일한 만큼 보장이 되기 때문에 망할 염려도 없으며 택시영업을 하면서도 자가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 프리미엄은 7400만원 수준으로 2002년 외환위기가 끝날 무렵인 7300만원대를 훌쩍 뛰어 넘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아 8000천만원대까지 오를 기세다.

개인택시 면허를 양도받기 위해서는 영업용 택시를 3년 이상 운행하는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춰 구청에서 인가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이처럼 프리미엄이 만만치 않다. 차 값까지 고려하면 1억원 이상 필요하다.

넘버값 상승세에는 제한된 공급량도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택시 과잉공급을 막기 위해 2000년대 초반 '택시 7만대 유지' 방침을 세웠고 2003~2005년 3000대를 마지막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또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개인택시 프리미엄을 오르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경기가 좋지않으면 택시 영업도 부진할 수밖에 없어 '상품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실직자가 늘어나고 소자본 창업도 쉽지 않기 때문에 개인택시 사업에 뛰어드는 수요자가 늘어나 도리어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개인택시가 영업수단보다는 '노후 대비용' 성격이 강해지면서 개인택시 사업자의 연령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말 평균 55세였던 서울개인택시 운전자의 나이는 올 3월말 현재 57세로 높아졌다.

특히 65세 이상 개인택시 사업자는 약 1만명으로 전체의 20%에 달해 개인택시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택시를 운전해 돈벌기가 어려워지면서 30~40대 유입이 적어지고, 노후 대비용으로 개인택시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인택시의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비나 눈이 오는 등 기상이 좋지않은 날이나 심야에는 운전을 기피해 정부의 택시면허발급 취지를 퇴색케 하고 있다. 또 운동신경 저하와 순발력 부족으로 차선변경 때나 야간에 사고를 내는 일도 많으며 택시강도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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