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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아예 더 올려라"
  • 이병문
  • 등록 2005-05-23 1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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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부터 서울 택시요금이 17.5% 오른다. 요금이 오르는데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서울시는 택시요금인상을 발표하면서 "택시 운전사의 처우 개선을 통해 택시 서비스를 개선, 고급 교통수단으로서 본래 기능을 되찾도록 하기 위해 택시 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런 말을 믿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 95년, 98년, 2001년 세 차례 인상 당시의 전례를 비춰볼 때 이번 요금인상 역시 '택시 서비스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서울시와 택시업계는 요금을 올릴 때마다 서비스개선 공약을 되풀이 한 탓에 지금은 '양치기 소년'이 돼 버렸다.

요금 인상을 반겨야 할 기사들은 이번 요금인상이 종사원 처우개선은 고사하고 도리어 손님 감소와 사납금 인상으로 이어져 기사들만 이중삼중의 피해를 볼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많은 택시기사들은 "요금인상은 택시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요금인상' 약발 일시적

택시요금이 오르면 일시적이나마 서비스가 좋아진 것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요금이 오르면 손님이 떨어지게 되니 기사들이 손님에게 친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인상된 요금에 둔감해지면서 손님이 다시 늘어나면 서비스는 옛날로 되돌아가게 된다. '요금인상'이라는 약발이 다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요금 인상 효과는 일시적이라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그렇다면 아예 요금을 대폭 올리는게 어떨까?
찔끔찔끔 올릴 게 아니라 아예 50%나 100%, 아님 200, 300% 올리면 어떠랴.

택시의 기능과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나라별 도시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택시는 1회용 자가용으로 대부분 고급 교통수단의 역할을 맡고 있다. 문앞에서 문앞까지(door to door) 갈 수 있는 고급교통수단이기에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택시는 대중교통수단의 미흡으로 그동안 준대중교통수단으로 전락됐는데 바로 이 점이 모든 택시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택시는 본래 기능상 특정 계층(부자 또는 높은 사람? 관광객, 아주 급한 볼 일이 있는 사람)이 이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택시는 저렴한 요금정책으로 인해 너나 나나 아무나 이용하게 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시장 가는 주부나 과외수업 받으러 가는 학생, 출퇴근하는 회사원, 또는 술 먹고 헬렐레 하는 사람들이 "택시요금이 비싸다, 싸다"거나 "서비스가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일이다.

'택시'는 본래 기능상 시장가는 주부나 출퇴근하는 회사원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택시의 주고객이 취객들로 고착화되고 있는 것같은데 이 점도 크게 잘못됐다. 술 취하면 택시를 타야 하고, 그런 취객들을 주손님으로 택시영업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택시, 탈 사람만 타야

만약에 택시요금을 지금보다 2~3배 더 올린다면, 택시회사나 기사들이 떼돈을 벌까?

천만의 말씀이다.
비싼 요금때문에 손님은 뚝 떨어지고 거리에는 빈 차가 넘쳐 흐를 것이다. 수요.공급의 시장원리에 의해 택시승객들은 왕처럼 받들여져 정부가 택시서비스 문제 때문에 골치아파할 일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손님 감소로 택시회사나 기사들은 수입이 떨어지고 부도가 나는 회사가 생기거나 운전을 그만두는 기사들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자연히 택시업계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셈이 된다.(서울의 택시 대수는 7만1천여대로 세계 여러 도시중 가장 많은 택시 대수다.)

택시문제는 요금을 더욱 대폭 올려 택시를 탈 사람만 타게 하면 만사 OK다. 외국의 모든 도시의 택시문제는 택시기능이 정상화되면서 해결됐다.

택시를 본래기능인 1회용 자가용, 고급교통수단으로 제 자리를 찾게 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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