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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50명이 전하는 '달리는 민심'은?
  • 이호돌 기자
  • 등록 2011-03-02 01: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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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동아 보도, 이 대통령 부정적 평가 76%
 
택시기사들이 전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택시승객들의 평가는 '부정적인 내용'이 '긍정적인 내용'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동아는 지난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5개 도시 택시운전기사를 대상으로 표적집단면접법(FGI)을 활용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고 775호(2월21일자)에서 보도했다. 조사 대상 택시기사는 지역별로 10명씩, 모두 50명으로 정했다고 주간 동아는 밝혔다.

FGI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여론을 듣는 정성(定性)조사 방법 중 하나다. 보통 6~12명을 한자리에 모아 토론을 유도하는 방식인데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토론자들이 솔직하지 못할 수 있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이에 주간 동아는 조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동일한 설문지에 응답(정량(定量)조사)하게 하고, 개별 혹은 2~3명 소그룹으로 인터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5대 도시 택시기사들이 전한 이 대통령에 대한 택시 승객들의 평가는 '부정적인 내용'이 76%로 '긍정적인 내용' 22%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0%에 달한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정확한 것 같지 않다'는 응답자가 62%로, '비교적 정확한 것 같다'는 응답자 38%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지역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광주는 택시기사 10명 중 9명이, 대전은 10명 중 8명이 여론조사 결과를 불신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다. 반면 부산과 대구는 반으로 나뉘었고, 서울은 오히려 10명 중 7명이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택시기사들이 전하는 지역 민심은 현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현 정부의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해 '비교적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거나 '적극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응답한 택시기사가 72%에 달했다.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는 택시기사는 16%에 불과했다.

남북관계도 대해서도 택시기사의 68%가 '불안해하는 승객이 많다'고 답했다.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 정책을 놓고는 '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거나, '지금의 정책을 고수하는 게 좋다'는 승객이 많았다는 택시기사가 46%나 됐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3년 전보다 힘들어졌다고 토로하는 택시기사가 68%에 달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승객이 많다는 택시기사는 22%에 그친 반면, 78%의 택시기사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거나 '나빠질 것'으로 전망한 승객이 많다고 답했다.

최근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개헌에 대해서는 택시기사의 80%가 승객들이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거나 '전혀 하지 않는다'라고 답했고,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66%의 택시기사가 같은 답변을 했다.

반면 이 대통령과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승객들이 '이야기를 많이 한다'거나 '많이 하는 편'이라고 답한 택시기사가 60%를 넘었다. 이런 승객은 주로 물가상승 이외에도 대기업 위주의 정책과 이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운영 방식, 일자리 문제, 4대강 사업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 승객들이 가장 자주 거론하고, 이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정치인은 단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택시기사 50명 중 82%에 이르는 41명이 박 전 대표를 1순위로 꼽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1순위로 꼽은 택시기사는 2명에 불과했고, 비록 1명이지만 그나마 1순위로 거론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시자,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정도였다. 2순위는 김 지사 24%, 손 대표 18%, 오 시장 14%로 줄을 이었고, 3순위는 손 대표 26%, 오 시장 16%로 나타났다.

한편 택시기사들이 지지하는 정당은 한나라당 13명(26%), 민주당 10명(20%), 민주노동당 7명(14%), 자유선진당 5명(10%), 국민참여당 3명(6%), 진보신당 1명(2%), 기타 10명(20%)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요즘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은 대부분 중산층과 서민층이라고 답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은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직업 특성상 거주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가장 근거리에서 느끼는 직업군인 택시기사를 통해 중산층과 서민층의 '밑바닥 민심'을 조사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고 있다. 그동안 어떤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택시기사 집단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적이 없는 만큼 이번 조사는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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