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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 세금" 기름값 낮추기 딜레마
  • 김봉환
  • 등록 2011-01-17 20: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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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유류세 인하는 세수 감소 곤란" 정유사·주유소 "내려봤자…"
 
연일 고공행진하는 기름값 낮추기의 해법을 놓고 정부와 업계, 소비자들간 시각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뒤, 정부는 정유업계가 담합하고있다고 의심하며 가격조사에 나서는 한편으로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 정유업계는 어떤 식으로는 내려야 하는 분위기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폭 수준으로 내릴 수 없어 고민이 깊다.

이런 점을 볼 때 정부가 '과거와 같이 기름값을 고시하며 가격을 통제하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 한 가격인하의 정책수단은 제한적이라는 게 분명하게 확인되고, 인하 폭도 쉽게 짐작된다.

또 소비자들은 절반이 세금덩어리인 기름값에 세금인하를 해주던지, 업계가 좀더 과감한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세금 덩어리' 휘발유값= 국내 휘발유 값은 국제 가격에 각종 세금이 붙고 정유사, 유통업체, 주유소의 투입비용과 마진을 얹으면 된다. 정유사, 정부(국가), 주유소 등 세가지가 가격 구성의 주체다.

지난해 12월 넷째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인 ℓ당 1787.07원을 기준으로 정부당국이 따져본 가격 구성을 보자.

먼저 정유사다. 국내 휘발유값의 연동 기준이 되는 국제 가격은 ℓ당 736.35원(전체가격 대비 41.2%)이었다. 여기에 유통비와 마진을 합치면 37.56원(2.1%)이다. 그래서 총 773.91원(43.3%)이 나온다.

이어 세금은 가장 복잡하고 큰 부문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가 기본이 된다. 관련 법과 시행령에 따라 교통세는 먼저 정액으로 ℓ당 475원이 붙는다. 이에 ±30%의 탄력세율로 산출된다.

국제유가와 내수경기를 고려해 정부가 행정권으로 세율을 탄력 적용하라는 취지다. 그 세율은 약 11.4%가 적용돼 54원이 추가됨으로써 교통세는 총 529원이 된다. 또 그 교통세 총액에 137.54원이 주행세로, 79.35원이 교육세로 부과된다. 주행세는 교통세의 26%, 교육세는 15% 세율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유류세와 부가세를 합치면 908.35원(50.9%)이고, 수입가의 3%인 관세와 ℓ당 16원인 부과금를 합하면 38.09원(2.1%)이다. 그래서 세금은 모두 합쳐 946.44원(53.0%)이 되는 것이다. "세금이 절반이 넘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유소 부문은 유통비와 마진을 합쳐 39.91원(2.2%)이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가 1.5%이므로 26.81원이 나온다. 이 부문의 총계는 66.72원(3.7%)이라는 결론이다.

이런 가격 구성비는 원가 정보의 정확성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정유사 43.3%, 국가 53.0%, 주유소 3.7% 분포로 크게 달라질 게 없다.

◇'훤히 보이는' 정책수단들= 기름값 가격인하 정책이 파고들 틈은 정유사 영역의 유통비·마진, 그리고 부가세를 제외한 유류세 등 국가 세금, 주유소 마진 및 카드수수료 정도로 볼 수 있다.

지금 1억2000만 배럴 정도인 비축유를 방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위험 등에 대비하는 물량을 마구 쓰는 것은 곤란하다.

먼저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정책들, 즉 주유소 간 경쟁 유도나 정유사-유통사 간 거래 구조 개선, 셀프주유소 등은 이미 시행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것들이다. 카드수수료율 인하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되 논란은 크게 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결국 체감할만한 수준으로 가격을 끌어내리려면 유류세제를 건드려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당연히 뒤따르는 것이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40달러를 웃돌았던 2008년 7월 정부는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ℓ당 82원 인하했었다. 그렇지만 정부는 지금으로서는 세수 감소 등을 우려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들을 압박해 조금이라도 가격을 내리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코너 몰리는' 정유사·주유소= 그동안 정유사들은 휘발유값을 올릴 때는 '왕창' 올리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가 이를 공격하고 나선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정유사들은 그러나 국내 휘발유 값은 환율 변수, 원유 국제시세가 아니라 휘발유 국제시세에 연동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말한다. 정유사들은 국내 정유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이며, 판매한 석유제품의 양으로 나누면 ℓ당 9원 정도 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본다면 정유사가 영업이익을 모두 포기해도 인하 여력은 ℓ당 10원가량밖에 안 되는 셈이다.

기름값의 주요 이해 당사자인 주유소업계도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서울지역 주유소 한 곳이 한 달에 평균 2천드럼(40만ℓ) 정도 파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유소 이윤은 ℓ당 98.8원으로 40만ℓ를 판다고 했을 때 주유소가 얻는 소득은 월 4000만원 정도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월 4000만원에서 유통비용, 인건비, 임대료, 공공요금, 카드수수료 등을 빼면 실제 주유소의 이익은 월 200만원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게다가 주유소의 85% 이상이 개인 사업자여서 정유사의 가격인하 폭이 그대로 소매가격에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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