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택시 색깔을 통일해 뉴욕의 옐로캡, 런던의 블랙캡처럼 서울을 상징하는 명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해치택시' 계획이 개인택시의 외면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개인택시 기사가 자신의 차를 중고차로 판매할 때 도색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치택시는 서울 고유색 중 하나인 '꽃담황토색'으로 차량 전체를 칠하고 양쪽 문과 지붕 표시등에 서울 상징물인 '해치' 문양을 넣은 택시의 이름이다. 해치는 상상 속의 동물로 서울을 상징하는데 외모는 해태와 비슷하며 머리에 뿔이 나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해치택시의 숫자는 현재 3700여대다. 전체 7만2000대에 비하면 아직 적은 숫자이지만 차령(법인택시 4년, 개인택시 7년)이 만료돼 새 차로 바꿀 때 꽃담황토색 해치택시를 선택하는 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내년이면 1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해치택시 출고 첫 달인 3월 차령이 만료된 1360대 택시 가운데 7.6%에 해당되는 104대만 해치택시를 선택했으나 8월에는 신규 택시 890대 가운데 459대, 11월에는 1010대 중 438대가 해치택시를 선택했다.
지난 2009년 9월 서울시는 해치택시 디자인을 확정하며, 대·폐차되는 택시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꿔 오는 2017년에는 모든 택시의 색깔과 디자인을 통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새 차를 출고할 때 꽃담황토색을 꺼린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현재 서울에서 영업 중인 택시는 7만2365대로 이 중 법인택시는 2만2813대, 개인택시는 4만9552대다. 개인택시가 서울 택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꽃담황토색 차량을 뽑지 않으면 해치택시로 디자인을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해치로 바꾸지 않는 이유는 색상 때문이다. 개인택시의 법정 차령은 7년이지만 관리를 잘한 경우 폐차하지 않고 용도 변경으로 LPG 승용차를 보유할 수 있는 장애인 등에게 팔 수 있다. 그러나 꽃담황토색 차는 자가용으로 팔리지 않아 차량을 팔려면 70만~80만원가량을 들여 선호도가 높은 흰색이나 은색으로 다시 도색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개인택시 기사가 자신의 차를 중고차로 판매할 때 도색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낙관론도 많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꽃담황토색 택시가 아닌 차량들이 오히려 낡았다 해서 승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 개인택시들도 대폐차시 해치택시로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실제로 튀는 색상 때문에 운전기사나 시민들의 불만이 증폭됐던 초반과 달리, 해치택시는 최근 '산뜻하다' '밤에도 눈에 잘 띄어 좋다'며 호감을 나타내는 승객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