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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상징 해치택시, '개인택시'는 1.2%만 대폐차
  • 이호돌 기자
  • 등록 2010-11-05 08: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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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 선호도 낮고, 자가용으로 팔때 부담
서울의 택시 색깔을 통일해 뉴욕의 옐로캡, 런던의 블랙캡처럼 서울을 상징하는 명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해치택시' 계획이 개인택시의 외면으로 실현이 어려울 전망이다.

해치택시는 서울 고유색 중 하나인 '꽃담황토색'으로 차량 전체를 칠하고 양쪽 문과 지붕 표시등에 서울 상징물인 '해치' 문양을 넣은 택시의 이름이다. 해치는 상상 속의 동물로 서울을 상징하는데 외모는 해태와 비슷하며 머리에 뿔이 나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해치택시 디자인을 확정하며, 대·폐차되는 택시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꿔 오는 2017년에는 모든 택시의 색깔과 디자인을 통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새 차를 출고할 때 '꽃담황토색'을 꺼린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현재 서울에서 영업 중인 택시는 7만2365대로 이 중 법인택시는 2만2813대, 개인택시는 4만9552대다. 개인택시가 서울 택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꽃담황토색 차량을 뽑지 않으면 해치택시로 디자인을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서울시의 협조 요청에 따라 '꽃담황토색' 도장 라인을 갖춰 올해 4월부터 해치택시를 출고하고 있다. 7개월간 이 색으로 뽑은 택시는 2327대뿐이다. 이 가운데 개인택시는 50여 대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법인 소속이다. 7개월간 대·폐차한 4000여 대의 개인택시 가운데 1.2%만이 해치택시로 뽑은 것이다.

해치택시가 개인택시업자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디자인 선호도가 낮다. 영업용 차량이기 전에 개인 재산이기때문에 색깔이 튀는 황토색 차량을 사고 싶어 하는 운전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 혹시 차량을 팔 때 '꽃담황토색'이 부담되는 것도 이유다. 개인택시의 법정 차령은 7년이지만 관리를 잘한 경우 폐차하지 않고 용도 변경으로 LPG 승용차를 보유할 수 있는 장애인 등에게 팔 수 있다. 그러나 꽃담황토색 차는 자가용으로 팔리지 않아 차량을 팔려면 70만~80만원가량을 들여 선호도가 높은 흰색이나 은색으로 다시 도색해야 한다.

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재산상 손해를 보면서까지 해치택시로 뽑으려는 운전자는 없다"며 "현장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월 개인택시조합에 공문을 보내 해치택시로 뽑지 않으면 과징금 10만원을 부과할 것이라고 고지했으나 업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이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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