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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 人脈은 끈끈한 업무로 맺어진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0-10-11 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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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 부처와 달리 학연·지연 없어…교통라인, 현 정부서 약진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8년 2월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의 통합으로 출범한 현정부 최대의 공룡부처다. 건설교통부가 1994년 건설부과 교통부의 통합으로 탄생한 점을 감안하면 한지붕 밑에 3개 부처가 동거하고 있는 셈.

이 같은 태생적 특성으로 국토부의 인맥은 다른 부처에 비해 복잡한 '군(群)'을 형성하고 있다. 건설·교통·해양 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도 나름대로 독립적인 인맥을 만들 뿐 아니라 행정직과 현장 중심의 기술직이 또 다른 갈래를 낳으며 부처 전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국토부 인맥의 특징은 다른 부처와 달리 내부에 특별한 인맥이 있다기보다는 같은 업무를 오랫동안 같이하면서 형성되는 관계다. 건설·교통·해양 등 각 업무의 특성에 맞춰 일하면서 선배가 앞에서 끌어주고 후배가 뒤를 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맥 아닌 인맥의 줄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토부 인맥은 건설 라인과 교통 라인의 양대 계보를 중심으로 해양 라인이 뒷받침하고 있는 형태다. 건설 라인의 대부는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 교통 라인의 대부는 정종환 현 국토부 장관이다. 해양 라인은 최장현 전 국토부 차관, 이재균 해외건설협회장 등 과거 해운항만청 출신이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부의 3대 라인 중 가장 큰 인맥은 역시 건설이다. 건설 라인은 행정직과 기술직의 양대 줄기로 형성됐으며 그 중에서도 건설행정직이 주축이다. 건설행정직은 추 전 장관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 전 장관은 건설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주택정책과장·주택도시국장·기획관리실장, 건교부 차관 등 건설 부문의 요직을 두루 거쳐 장관 자리에까지 오른 정통관료다.

최근 10여년간 대한민국 부동산정책을 좌지우지한 인물들이 모두 그의 밑에서 일을 배웠다. 추 전 장관 라인은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정책의 핵심 라인이었으며, 현 정부들어서도 보금자리주택, 재건축규제 완화,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이명박 정부 부동산정책의 근간을 세웠다.

건설 라인의 기술직 계보도 큰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기술직 중에서도 도로국 출신은 '도로 마피아'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보이고 있다.

교통 라인도 건설 라인 못지않은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을 시작으로 현정부 최 장수 장관인 정종환 국토부 장관에 이르러 정점에 올랐다. 강 전 장관과 호흡을 맞춘 김세호 전 차관도 대표적 교통 라인이다. 김 전 차관은 정 장관의 과(고려대 정외과) 후배이기도 하다.

교통 라인은 특히 현정부 들어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는 교통 관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 장관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정 장관은 교통부 항공국장·관광국장, 건설교통부 국토계획국장·기획관리실장·수송정책실장 등 교통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육상·해운·철도 업무를 총괄하는 수송정책실장 시절 맺은 끈끈한 인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김희국 2차관은 항만청에서 시작했지만 교통부 시절 요직을 거치며 차관까지 올랐고 정일영 교통정책실장, 김광재 항공정책실장, 홍순만 전 교통정책실장 등은 모두 과거 교통부 출신이다.

최근 국토부의 '행시 27회 전성시대'를 연 이재홍 기획실장, 이재붕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부본부장 등도 교통부 출신으로 대표적인 정 장관의 인맥으로 꼽힌다. 이들은 초임 사무관 시절부터 정종환 당시 과장과 인연을 맺었다. 정 실장과 이 실장, 이 부본부장은 교통 라인 유학파의 산실인 영국 리즈대에서 공부한 동문이라는 또 다른 연을 맺고 있다.

정 장관은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된 후 국토정책국장 당시 건설부 출신 인사들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정 장관과 호흡을 맞췄던 과장·사무관들이 지금은 차관과 1급 실장 등 요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정 장관은 과거 교통부 시절부터 소위 계파가 없는 '소수파'로 주류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성실함과 확실한 업무처리 능력만으로 지금의 인맥을 만들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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