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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부의 脈'이 끊기고 있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5-09-06 0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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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는 직원 수 3천500여명에 예산도 정부 전체 예산의 13.6%인 16조888억원(2004년)에 달하는 거대부처다. 이런 건설교통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1994년 12월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작은 정부의 구현에 따라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돼 탄생한 부처다.

양 부처간 통합취지는 교통과 관련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와 운영의 효율적인 연계체제 확립을 위해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 증가로 인한 교통혼잡과 사회적 비용이 급증, 효율적인 교통대책 수립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건설부와 교통부 통합이 정부조직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는지, 국민교통생활의 편의증진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시한다. 특히 교통보다는 건설행정에 더 역점을 두면서 교통행정의 공백 내지 무관심으로 교통산업 발전을 저해시키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홀대받는 교통관련부서

부동산 정책이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인데다 정권의 사활에 큰 영향을 미쳐서 그런지 교통보다는 건설행정이 우선시되고 있다. 당연히 한 지붕 두 식구중 힘이 약한 교통부문 조직은 잘려나가거나 축소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최근 건교부가 13개 국.실 조직을 6개 본부장 체제로 통합.전환하면서 단행한 인사도 교통부문을 크게 약화시켜 놓았다. 6개 본부중 교통업무관련 본부는 종전의 육상교통국과 수송정책실에 해당하는 생활교통본부, 물류혁신본부 2곳이다.

일각에서는 육상교통국장 직위가 본부장으로 바뀌어 위상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말하기도 하나, 과거 교통부시절 육상교통 관련 국(局)이 4개까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옛날 사정 모르는 한심한 소리다. 일례로 과거 자동차 100만대 시대에도 존재했던 '자동차안전국'은 이제 생활교통본부의 일개 팀으로 전락했다. 현재 전국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1천500만대를 넘은 사실을 감안하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일이다.

오히려 직제개편 인사에서 또 다시 새 본부장을 임명, 올들어 벌써 네 번째나 육상교통행정의 최고 책임자 자리를 교체했다. 그것도 교통행정전문성이 부족한 건설출신 인사에게 계속 이 자리를 맡기는 것은 건교부내에서도 그 위상이 얼마나 떨어졌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종전 수송정책실에 해당하는 물류혁신본부는 물류를 중심으로 항공.철도 업무를 수행하게 해 육상교통을 포함, 광범위한 수송업무를 책임졌던 종전보다 업무범위가 축소됐다. 결국 종전의 육상교통국과 수송정책실은 생활교통본부, 물류혁신본부로 간판만 바뀐 채 그냥 제자리 걸음을 면치못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우리나라 교통산업 망치고 있나

사실 건교부 내에는 교통행정 조직이 너무 비대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의식이 강하다. 현재도 거대 부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기에 교통행정 조직의 확대가 필요해도 더 이상 늘리기가 곤란하고, 또 교통행정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건설행정 조직이 작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많은 건설출신 인사들이 애써 무관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지난 1998년초 정부조직 검토때도 찾아볼 수 있다. 그 당시 문화관광부 소관업무인 관광업무가 항공수송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건교부로 이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으나 문화관광부는 적극적으로 이를 막은 반면, 건교부는 오히려 소극적으로 나와 관광업무의 건교부 이관이 실현되지 않았다. 관광국이 새로 생겨나는 대신 건설쪽 조직이 축소될 것을 우려한 건설출신 인사들의 입김내지는 방관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또 해양수산부 소관업무인 해상운송산업도 마찬가지다. 해상운송업을 '바다에서 고기잡는 어업'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큰 모순으로, 별도로 해양항만청을 설립해 종전처럼 건교부(교통부) 산하에 두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결국 흐지부지 무산되고 말았다.

건교부는 그후 이런저런 조직개편을 거치면서 종전 '육.해.공'의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과시하던 교통부 소관업무는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그나마 남아있는 작은 조직도 부처내 건설.교통분야의 인적교류라는 명분아래 건설출신 인사들이 대거 '점령',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부와 교통부와 통합되면서 건설부 소관업무는 거의 그대로 건교부에 남아 있으며, 건설출신 인사들이 전문성을 살리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옛날 교통부의 맥(脈)이 어느 틈에 서서히 끊어져 버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산업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사실은 이처럼 건교부가 부처내 교통관련 업무와 교통전문 직원들을 홀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직원들이 교통관련 부서를 기피하고, 이런 현상이 심해지다보니 이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의욕과 사기가 갈수록 상실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교통산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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