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에서 발생한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폭발사고로 CNG 버스의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대한석유협회가 추진하는 클린 디젤(청정 경유) 하이브리드 버스 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석유협회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CNG 버스를 대신할 차종으로 클린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 개발·보급을 추진해오던 상황에서 이번 사고로 여론의 흐름이 클린 디젤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NG 버스가 고압으로 압축된 천연가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연료탱크 내부 압력이 200바(bar) 이상이라는 점에서 안전성을 놓고 꾸준히 논란이 돼오던 상황에서 이번 사고까지 터지면서 대안으로 클린디젤 하이브리드 버스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기술 발전으로 클린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가 기존 경유차 대비 엔진·배기 후 처리장치 보완이 일취월장했고, CNG 버스 대비해서도 연비는 25%가 더 높고 이산화탄소배출 저감과 친환경성도 우수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기술로 디젤의 황 함유량을 2000PPM에서 10PPM까지 떨어뜨렸다"며 "세계적으로 자동차 연비와 이산화탄소배출량이 자동차 정책의 기준이 되는 추세인 만큼 국내 자동차산업 정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클린디젤이 대세인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디젤차량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 등 추세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가스를 도입하는 국가는 도입비용 부담이 크고 수송도 불편해 천연가스 차량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버스시장은 정부 정책지원에 힘입은 CNG 연료를 중심으로 한 CNG버스 보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 시내버스 2만8980대 가운데 2만2870대가 CNG버스로 교체되면서 80%의 보급률을 보였다. 서울, 대구, 울산 등 주요 지자체에서는 이미 90%를 넘어섰고 환경부는 2012년까지 전량을 CNG버스로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환경부는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서울시도 애초 연말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CNG 버스로 교체할 방침이었지만 이번 사고로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5월 기계연구원 및 대우버스와 공동으로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 개발 및 보급'을 위한 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 중인 석유협회는 이번 사고로 여론의 관심이 클린 디젤에 모아지는 데 내심 반색하고 있다.
디젤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제작을 맡은 대우버스는 올해 말까지 개발을 완료, 내년 초부터 부산, 대구, 대전, 인천, 과천시, 여수시 등 6개 지자체에서 시범운행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부산·대구시와 운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