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마찰·세수감소 등 우려, 당분간 현행 배기량 기준 유지
정부가 연비 및 이산화탄소(CO₂)배출량을 기준으로 자동차 과세 기준을 변경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해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1일 기획재정부 및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배기량을 기준으로 돼 있는 자동차 개별소비세(국세) 과세 방식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달 말 내놓을 세제개편안에는 구체적인 자동차 과세 기준 변경안은 담지 않고, 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수준만 언급할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체세 개편 무기연기 방침에 따라 재정부는 지방세인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연비 및 CO₂배출량으로 변경하는것 역시 유보해달라고 행정안전부에 의견을 전달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마찰과 업계 혼란이 우려되는데다, 지방세만 변경할 경우 국세와의 과세 혼선까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정부의 이 같은 요청에 대해 행안부는 내부 의견 조율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동차와 관련한 지방세 과세 기준 개편안을 당초 일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나, 실제 2011년 이후 시행할 지 여부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CO₂배출량이 적고 연비가 좋은 차는 세 부담을 낮추는 반면 연비가 낮거나 CO₂배출량이 많은 차에는 세 부담을 늘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재정부는 그동안 조세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세제 개편 작업을 진행, 이르면 내년에 자동차 관련 개소세 과표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재정부 관계자는 "통상 마찰뿐만 아니라 업계의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세 기준을 변경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행안부에도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으며, 조만간 행안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자동차 업계가 과세 변경에 따른 사전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행을 2015년까지 늦춰줄 것을 요청한 것에 따른 것이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친환경을 이유로 CO₂배출량 및 연비로 개소세 및 지방세를 매길 경우 상대적으로 연비가 나쁜 미국차가 불리해져, 이에 따른 미국의 반발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와 함께 과세 변경이 이뤄질 경우 배기량이 높은 차보다 연비가 좋은 차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 경우 이에 따른 세수감소가 예상된다는 점도 무기한 연기의 이유로 꼽힌다.
현행 자동차에 붙는 개소세는 2000cc 이상 승용차에 10%가 붙고 있으며, 2008년 기준 자동차에 붙은 개소세, 교육세, 부가세 등 취득단계 세금수입은 5조7000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