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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택시 안전띠 의무화 '탁상공론'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0-07-08 09: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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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성 없는 法개정…업계에 책임 전가" 여론 높아
국토해양부가 최근 고속·시외·전세버스와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안전띠 미착용에 따른 책임 여부를 승객과 함께 운전자에게도 지게 한 것이다.

버스와 택시에서 안전띠 착용을 안내하는 방송을 하도록 하고, 운전자가 안전띠 착용 안내를 하지 않거나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출발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운송사업자가 안전띠가 파손된 상태로 차량을 운행하거나, 안전띠 관련 교육 미실시 등 운전자에 대한 지도·감독을 소홀히 할 경우 2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다.

지금까지는 고속도로 및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버스·택시의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운전자에게만 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해 왔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중에 시행될 예정이며, 일반 시내·마을·농어촌버스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성 없는 법개정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외버스기사 K씨(51)는 "이용객들의 80% 정도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다"며 "안내방송 할 때는 착용했다가도 조금만 가면 승객들 대부분이 벨트를 풀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실정에서 의식 개선 없이 강제적인 개정안을 적용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버스 운송업체들은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기존에는 운전자에게만 3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으나, 앞으로는 운전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운송사업자에게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개정안에 대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K여객 관계자는 "손님이 많지 않은 데다 유류비도 비싸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태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강제하차는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된다"며 "과태료를 운송사업자에게까지 내도록 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다"고 반발했다.

특히 수원, 용인, 고양, 남양주, 성남 등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중심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버스가 부족해 서서 다녀도 출·퇴근이 빠듯한 상황에서 이같은 법개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 외곽에서 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자리가 없어 매일 서서 가고있는 것은 고사하고, 서서 가는 것도 버스에 올라탈 공간이 없어 1~2대를 보내고 난 후 겨우 탑승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수도권 광역버스의 초과 탑승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며, 위법임에도 경찰의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출퇴근시간대 정원을 초과한 버스를 모두 단속할 경우 실질적으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게 되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택시 4개 단체(전국택시연합회, 전국개인택시연합회, 전국택시노조연맹,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도 안전띠 착용 의무화가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반대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택시 4개 단체는 승객과 택시운전자 간의 민원 증가와 운행 중 운전자의 스트레스 증가로 사고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데다가 탑승 승객과 안전띠 착용 시비로 시간적·경제적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안전띠 미착용 승객에 대한 처벌이 없기 때문에 안전띠 미착용을 단속할 경우 택시운전자의 피해와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택시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택시사업자에게 사업일부정지(5일) 또는 과징금(20만원), 택시운전자에게 과태료(10만원)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택시규제 강화 정책에 불과할뿐 아니라 택시종사자와 승객간에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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