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또 다시 요동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잇따라 갈아 치우고 있어 걱정이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100달러도 돌파하는 제3차 '오일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으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를 가릴 것 없이 모두 천하태평이다. 유가는 치솟고 있는데 소형차보다는 대형차가 더 많이 팔린다 하고, 휘발유값 때문에 카풀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들 그러는 것인가.
우리나라 자가용자동차 수는 1,000만대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됐다. 집집마다 자가용차를 1~2대씩 보유하게 됐고 자가용차 없으면 못살 정도가 됐기 때문에 모두들 자가용승용차 편이다. 신문이나 방송도 한결같이 자가용승용차의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보행자 입장이나 버스.지하철 등 전반적인 교통대책'보다는 '자가용을 어떻게 더 빨리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하는데 더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교통문제는 자가용승용차의 도심집중이 원흉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가용을 안타면 된다. 그러나 거의 모든 언론은 자가용승용차 위주로 기사를 다루고 있다. 방송을 하고 기사를 쓰는 사람들, 또 그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도 자가용승용차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휘발유 값이 올라서, 차가 밀려서 큰 문제라고 떠들면서도 본인들은 그 큰 문제를 야기시키는 '자가용승용차 이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에너지 절약은 물론 교통혼잡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출퇴근은 물론이고 점심먹으러 갈 때도, 시장에 갈 때도 자가용승용차를 이용한다. 자기 편리함만을 내세우는 극도의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유가가 치솟는 것도 걱정없고 교통혼잡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만 내 자가용차가 어떻게 빠르고 편안하게 가는가가 문제해결의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열린 자가용시대가 어느 틈에 '우리'를 생각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게 만든 탓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교통문제 해결을 자가용승용차와 연결짓고 있다. 자가용승용차의 급증으로 교통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거꾸로 교통문제 해결을 자가용승용차의 빠르고 편한 운행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남이 하면 '불륜'이라도 내가 하면 '사랑'이 되는 뭐 그런 식으로 바꿔졌다.
휘발유값도 치솟고 있으니 이 판에 과감히 자가용승용차를 버려보자! 버리지 못한다면 좀 줄여서 쓰자! 그것이 고질적 도심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며,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 고유가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다.